2001년 12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신입생, 신입사원, 신입회원, 신병,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공부.
새롭다는 건 항상 기대와 흥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다. 그 설레임과 열정과 의욕의 에너지가 참 좋다. 설레임이 없이 하루하루를 산다는 건 참 심심한 일이다. 오늘 퇴근 후에 눈을 맞으며 명동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사이로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북적대는 인파를 뚫고 한 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집 앞이다. 집 앞에 오니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식혜를 만드신다고 설탕을 사 오라고 하신다. 눈이 와서 넘어질까 봐 무서워서 못 나가시겠다고 한다. 이제 어머니도 많이 늙으셨다. 흰머리가 꽤 많다. 장수하는 사람보다는 멋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고매하진 못해도 통속적이고 싶지 않다. 아무에게나 투정 부리고 싶은 밤이다. 눈이 와서 더 외롭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습관적인 학습
습관적인 운동
습관적인 흡연
습관적인 커피
습관적인 전화
습관적인 만남
습관은 참 무서운 것이다. 반복된다는 것은 습관이 되는 것이고, 습관적인 것은 사람을 길들여지게 한다. 길들
여진 다는 것은 서로 닮아가는 것이고, 닮아가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애인이랑 헤어졌을 때 가장 힘든 것은 헤어짐의 슬픔보다 자기 전에 항상 전화통화 했던 그 습관 때문은 아닐까?
헤어지고 나면 금반지도, 사진도, 아무 의미 없다. 안 헤어져야 의미도 있는 것.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또 헤어지고 이 얼마나 소모적인가? 한두 번의 이별은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잦은 이별은 감정 낭비다. 아껴뒀다가 줄 사람에게만 주는 실속 있고 영리한 사랑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