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신입사원이 면접을 보러 왔다. 아직은 앳되보이는 학생의 냄새가 난다. 부장님은 꼼꼼하게 질문을 하셨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전 직장은 어떠한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 등등.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가 하는 말,
“저는 일을 하러 왔지 인간적인 평가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귀고리에 노랑머리, 샌들차림의 복장도 의외였지만 면접에 대한 태도 또한 가관이었다. 부장님이 당황해하며 말을 이었다. 창의적인 일을 하니 복장이 자유로운 건 좋은데 업체에 방문할 일도 있으므로 복장은 요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그가 하는 말,
“전 외부로 나가서 업체 방문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이력서를 집어 들고나가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이력서에 낙서하지 마세요”
실력은 노력을 하면 향상되지만 싸가지는 노력으로 바뀌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없는 싸가지가 생기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유식한 말로 인성(人性). 애티튜드.
서점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잘해보려고 하는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산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힘겹다. 의지할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관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익을 위한 만남, 필요에 의한 만남들.
이익이 필요하면 만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관계도 끝나는 것 인가 보다. 내가 굳이 맞춰 보려는 선행은 하지 말아야 하나보다. 안 되는 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일까? 공부도, 일도, 사랑도, 인간관계도?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 오래 갖지 말아야겠다. 너무 오래 쉬지 말고,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때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해결의 답이 될 수도 있다. 특별히 힘든 게 없는데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아니면 힘든 게 있는데 힘들지 않다며 스스로 세뇌를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강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힘든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