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003년 10월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결혼을 목적으로 사귀는 여자가 있는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똑똑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결혼까지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만난 지 2개월도 안 돼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란다. 사업을 하면서 카드를 썼는데 메꿔야 한다며 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같이 살 사람인데 백만 원쯤이야’
그래서 백만 원을 빌려줬다고 한다. 결혼할 예정이고 둘이 좋아한다는데 백만 원이 뭐 중요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십분 이해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고 정도 많이 들고 빨리 결혼 날짜 잡아서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그 녀가 또 돈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예전에 대출을 받았는데 상환을 해야 해서 천만 원이 필요하다나?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서로 좋아하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심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법도 없고 또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후배는 순수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그 녀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속앓이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나에게 묻는다. 그 녀도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도 그 녀가 좋은데, 계속 만나면서도 자꾸 의심이 생긴다고 했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 말 한마디에 부부가 될 수도 남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나도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서 명쾌한 대답을 생각해 내지는 못했다. 다만 만날수록 의심이 가고 불안하다면 그런 만남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단호하게 그리고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조언을 했다.
“통장 까라고 해. 현금 얼마 있고, 대출받은 거 얼마 있고, 카드 쓴 거 얼마 있고, 그리고 네가 모두 메꿔 줄 수 있는 자신 있고 그래도 그 여자를 사랑하면 결혼해 “
문제는 빚이 아니라 빚을 지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후배가 기분 나빠할까 봐 표현을 부드럽게 했지만 사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장난하냐? 돈 천만 원이 누구 집 애 이름이야? 우리가 돈 많은 여자를 원하는 게 아니잖아. 최소한 빚은 없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