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2
2004년 1월
연휴 후유증으로 힘들었던 한 주다. 밀린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 얼마나 성공적으로 공부를 하고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의 불을 내가 켜고 내가 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희열이 있다. 불쌍한 내 핸드폰은 벨소리를 바꾸었건만 오늘도 역시 울리지 않는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베스트 포토재닉3가 있다. 첫 번째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새벽부터 노트북으로 리포트 작성하는 모습, 두 번째는 만삭의 임산부가 딱딱한 의자에 앉아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모습, 세 번째는 연필을 쥐기도 힘들 정도로 전신이 불편한 장애 학우가 열심히 노트에 필기를 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조금 쓰다 보면 힘이 빠지는 모양이다. 자꾸 펜을 떨어뜨린다. 그래도 다시 주워 들고 필기를 한다.
늦었다고 너무 낙심하지 말아야겠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말고 가야 한다. 이도 조금씩 썩어가고, 눈도 조금씩 나빠지고 머리도 새치가 생겼다. 의술과 과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 생로병사 그리고 시간과 세월.
별것 아닌 것들에 고민하고, 상처받지 말자. 슬퍼할 시간이 없다. 더 치열해야 간신히 살아남는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은 60이 넘어 창업했고, 비운의 축구선수 비게라는 73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가 되었고, 전북 완주의 차사순 할머니는 960번의 도전 끝에 70세에 운전면허를 땄다. 우리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안 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 토끼는 낮잠도 안 자고 계속 달린다. 그래도 여전히 낮잠 자는 토끼들이 있다. 거북이 DNA로 태어난 사람은 거북이로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토끼도 숨찰 때가 있겠지. 계속 뛰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당하지 말자
2004년 1월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특별히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뭔지 모를 이 감정들을 실컷 울고 다 털어버리고 싶다. 울면 다 털어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 울 여유도 없는가 보다. 가끔 어머니께서 지난날을 얘기하시며 울먹이시는 때가 있다.
예전엔 우시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우시냐고.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 않은데, 지난 일인데 왜 우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그때 어머니는 힘들어도 서러워도 울틈도 없이 열심히 사셨다는 것을.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간절히 기도 할 뿐이다.
어쩌면 지금이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일런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몸도 아프지 않고 돈도 풍족하진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다. 당하지 말아야 한다. 당하지 않아야 오래 버틴다. 좋은 사람도 많지만 못된 놈들이 많아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빌런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치고 들어온다.
저런 인간이 대표라고 명함 들고 다니는 거 보면 천인공노 할 일이고 비분강개할 노릇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못된 사람에게는 못되게 대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쁜 사람은 나쁘게 대해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고 싫다. 똥개에게는 똥이 약이다.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말만 하며 살고 싶다.
오랜만에 서점을 갔는데,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이런 책들이 있다. 한두 가지도 아니고 50가지라니. 해야 할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날이 춥다.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