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모니터를 바라본 탓에 침침해진 안구와 어깨통증을 온몸으로 느끼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아!.......
길 건너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걸어오는 코발트블루의 코트에 단발머리를 한 여자. 흐려진 눈동자에 갑자기 초점이 맞춰졌다. 그 녀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갔다. 무례하게 보이겠지만 잠깐만 얘기하자 말해보고 싶다. 그녀가 지하철 입구로 들어간다.
무언가에 씌운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지하철 입구까지 따라갔다. 그녀가 지하철을 타러 들어간다.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며 멍하니 서있다. 이것이 마지막일 수 있다. 말을 걸어보고 싶다. 다시 이 여자를 만날 확률은 길 가다 원자폭탄을 맞는 것만큼 어렵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다. 물건이라면 돈을 주고 살 수 있을 텐데...말을 해 보고 싶지만 말 한마디 해 볼 수가 없다. 길 가다 원자 폭탄을 맞을 확률로 혹시 그녀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는 꼭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의 태(態)가 내 마음을 너무 설레게 한다고. 나쁜 사람 아니니 10분만 얘기해 줄 수 있느냐고....그러나 그 상황이 되면 아마 나는 또 말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