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004년 9월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지하철역 입구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노숙자가 있다. 그냥 지나치기에 마음이 쓰여서 가끔 돈을 줬는데, 매일 줄 수는 없으니 요즘은 그냥 지나가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있는데 지하철 입구의 계단 아래에서 한 여학생이 올라왔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오며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갑을 꺼낸다. 노숙자에게 돈을 주려나 보다. 계속 지갑을 뒤져보더니 돈이 없었는지 가방에서 조그마한 케이크 한 조각을 꺼내어 노숙자 앞에 놓고 지나간다. 노숙자은 부스럭 소리가 나자 얼른 빵을 집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빵을 먹는다. 아마도 그 학생이 빵을 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가방을 메고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학생을 다시 힐끗 쳐다보았다. 나와는 상관도 없는 별 것 아닌 일에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눈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 같다. 연습도 필요한 것 같다. 태생이 선해서 나눔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가끔 흉내는 내보지만 어색하다. 그 학생이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해도 오랫동안 순수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4년 9월
밥 한 끼 먹는 데는 얼마가 필요할까? 영화 한 편 보는 데는 얼마가 필요할까? 친구와 술을 한잔 먹는 비용은? 책 값은 얼마인가? 밥 한 끼에 천 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백 배가 넘는 수십만 원짜리도 있다. 영화도 일반영화를 보느냐 입체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옷 한 벌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돈의 가치는 달라진다. 길에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 백 원짜리 동전 몇 개가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산소호흡기가 될 수도 있다. 의미 없는 곳에 돈이 빠져나가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쓰지도 않는 물건을 홈쇼핑에서 구입해 방안에 쌓아 놓고 있지는 않은가? 술집에서 분수에 맞지 않는 봉사료를 주지 않았는가? 버스를 타고 가도 될 곳을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는가? 사용하지 않는 전기코드가 꼽혀 있지 않은가? 견딜만한 데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새는 돈을 막아야 한다.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읽거나 좋은 음악이라도 다운로드하여서 듣는 것이 좋다. 좋은 책과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즐겁게 해 준다. 때론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가격대비 성능이 얼마나 훌륭한 상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