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by JJ

졸업

2008년 2월

고등학교 졸업 후 18년 만에 대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이것을 원했는지 모르겠다. 잠도 못자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공부,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들. 어머니 머리에 학사모를 씌워드리니 기분이 좋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졸업이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작은 누이와 어머니가 축하를 해주었다. 나도 칭찬을 받고 싶었다. 고생 많았다고, 잘했다고.


학력고사가 끝나고 어두운 독서실에서 며칠 동안 혼자서 울었다. 너무 외롭고 힘들었던 나의 19세.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외로움과 좌절감과 실패감. 열심히 공부한 죄 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외롭고 힘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고 화가 났고 슬펐다. 묵시적으로 패배자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었고 실패자가 되어 있었다. 열심히 한 죄 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고 외로운 사람처럼 컴컴한 독서실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때의 내가 너무 가엾고 가여워서 언젠가는 꼭 그때의 나에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때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 가장 기쁘고 홀가분하다. 다시 태어나면 그렇게 오기로 공부를 하지는 않을 것 이다.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시간을 쏟을 것이다. 물론 얻은 것도 있고 깨달은 것도 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나는 공부로 성공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이 하는 정도의 노력으로는 공부로 승부를 볼 수는 없겠다는 것을 알았다. 공부로 승부를 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아마 그런 사람이 학자가 되고 연구자가 되야 하는가 보다. 내가 갈 방향이 어디인지 깨달은 것만으로도 소득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득은 학교에서 그녀 K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