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3요소

by JJ

회사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숍이라고 하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워크숍은 1년에 한 번 가는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다 같이 모여 회사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하고 직원들의 단합과 사기진작을 위해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도 구경하는 시간이다.


소설의 3요소, 수필의 3 요소가 있듯이 여행에도 3 요소가 있다. 여행의 3요소는 시간, 돈,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하고 적당한 돈도 있어야 하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먹기 위해 여행을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먹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시간은 새벽에 둘레길을 산책하는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에 한적한 바닷가의 갯바위에서 마시는 커피는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경험했던 일들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더 좋은 곳도 다니고 더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가족나들이는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주말이면 고속도로에 좀비 차량들이 가득하고 그 차량들을 뚫고 나와 숙소에 도착을 하게 된다. 부랴부랴 짐을 풀고 꽉 짜인 여행 스케줄 데로 강행군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파김치가 되어 있다. 가족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기도 하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즐거워야 할 여행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이 쯤되면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육아가 더 힘든 고난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밀리는 차량을 뚫고 여행지에 도착해 허겁지겁 마시는 커피가 아닌 숙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한 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필요한 것이다.


오래전 여름에 화진포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없었던 시절이다. 서울에서 화진포까지 가는데 11시간이 걸렸고 돌아오는 길도 9시간이 걸렸다. 화진포 앞바다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우리가 화진포에서 놀다 온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이런 여행은 최악의 여행이다. 가성비는 경제적인 가성비뿐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가성비도 아주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밥에 아무리 멋진 카페에서 차를 마셔도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이 되지는 않는다. 좋은 여행으로 기억이 되기 위해서는 여행의 3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여행 컨셉을 헝그리 컨셉이나 궁상 컨셉으로 잡고 경험하는 것도 좋으나 그것도 계속되면 지치게 된다.


진정한 쉼과 힐링을 위해서는 완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갖아야 한다. 아무런 잡음과 소음도 들리지 않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만 들려야 한다. 나무와 숲만 있어야 한다.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자는 슬픈 자이다. 좋은 것을 보고도 좋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