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런치의 작가님 마케팅과 프리미엄 글쓰기
우후죽순 생기는 글쓰기 플랫폼과 오만가지 SNS를 뒤로한 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브런치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상업적으로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이길 수 없겠으나 브런치만의 정체성은 다른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강력한 매력이 있다.
특히 브런치의 "작가님 마케팅"은 성공적이라는 생각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니 왠지 있어 보이고 글을 계속 써야만 한 것 같은 자발적 충성심이 생긴다. 글을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글쓰기에 소홀해진다. 가수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한 달에 한 곡 좋은 음악을 만들거나 소개한다. 의무적으로라도 곡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 같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압박이 심해지면 창작을 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예 멈추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매너리즘도 극복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 같다. 그래서 변화를 준다고 하는 꼼수가 자극적인 제목을 만들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까보면 실로 아무것도 없다.
글도 억지로라도 쓰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쓰지 않으면 계속 않쓰게 된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줘서 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아울러 책임감과 프라이드를 갖으라는 "작가님 마케팅"은 꽤 먹힌 것 같다.
브런치 win
2. 오만 잡동사니 글들이 있는 글쓰기 백화점, 브런치
개인적으로는 작품성과 문학성을 인정받고 돈을 받으며 글을 쓰는 사람들을 프로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브런치는 프로작가들이 모인 곳은 아니고 아마추어 작가들의 경연장인 것 같다. 브런치의 글을 물건이라고 봤을 때 백화점 물건이라기보다는 마트나 아웃렛(아웃렛 outlet) 정도의 물건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다이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유를 한 것뿐이니 읽는 분들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별한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쓰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공간인 줄 알았다. 필자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며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한 것이 아니고 글쓰기가 좋아서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위로받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브런치는 나름대로 매력이 충분히 있다. 프로작가처럼 잘 쓰지는 못해도 열정만큼은 프로작가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글을 읽고 쓰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는 크몽에서 PDF를 다운로드해서 보면 된다.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유튜브가 있다. 정보는 네이버 블로그가 원탑이다. 그러면 브런치는 무엇으로 정체성을 찾을 것인가?
뭐다라고 딱히 표현하기는 애매하나 오만가지의 장르들이 다 모여있는 "글쓰기 백화점"이라는 것이 브런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이 든다. 막 써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악플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읽고 싶지 않은 글 들도 있지만 그것이 브런치의 정체성이다. 오묘한 잡동사니(다양한) 글들이 다 모인 곳이 브런치라는 공간이다. 아마 글쓰기 플랫폼에서 브런치를 능가할 만한 것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이미 브런치는 원탑이다. 먼저 깃발을 꽂았다. 브런치 win
3. 응원하기
브런치에 응원하기라는 것이 생겼는데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너무 점수가 박한가?) 좀 더 업그레이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내가 응원하고 싶은 작가를 응원하고 싶어도 응원하지 못하니, 이 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는가? 길동이 얘기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이다. 마치 "내가 점지해 준 사람과 사귀고 결혼하거라"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귀를 열어 놓고 경청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fighting
4. 땡큐 브런치
화가는 물감으로 표현하듯이 작가는 펜으로 표현을 한다. 자기의 정체성을 인스타그램이나 명품백이나 스타벅스 커피에서 확인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는 글로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라는 공간은 고마운 공간이다. 언제든지 말하고 싶으면 말하고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 같은 존재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는다고 회원강등을 시키거나 계정을 삭제하지도 않는다.
트렌드에 휘둘리거나 시류에 떠밀려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100년 후에 읽어도 좋은 글, 100번을 읽어도 좋은 글, 누가 읽어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멋있거나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아빠의 브런치글을 읽어도 창피해하지 않아도 될 글.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논어나 맹자 , 중용 정도의 글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맛집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글도 필요하고,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글도 필요하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전달하는 글도 필요한 것 같다. 아쉬운 것은 그런 것들은 돈이 잘 된다는 것! 그래도 그런 글이 좋고 그런 글들이 있어야 한다. thank you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