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서인지 딸은 통 밥을 먹지 않는다. 밥 한 끼 먹이는 것도 참 어렵다. 이렇게 더운데 밖으로 나가자며 손을 잡아 끈다.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손을 흔든다. 우리 딸은 노란색이 잘 어울린다. 노란 옷을 입을 때 유난히 예쁘다.
오늘은 볼펜으로 방바닥에 온통 낙서를 해놓아서 한참을 지웠다. 들어가는 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팥빙수와 딸이 좋아하는 인절미를 샀다. 누워서 울기만 하던 아기가 이제 뛰어다닌다. 현관문을 열 줄도 알고, 잠글 줄도 안다. 잘 자라 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 사랑한다 나의 딸.
딸은 이제 뽀뽀를 할 줄 알고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싱크대에 옮겨 놓을 줄도 안다. 기저귀를 가져오라고 하면 기저귀를 가져오고, 책을 가져오라 하면 책을 가져온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설프지만 인사도 한다. 딸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신비로움과는 다른 행복한 기분이다. 이제 엄마와 제법 소통을 하기도 한다.
직감이나 육감이 아닌 언어로 소통을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역시 자기 자식은 다 똑똑해 보이는가 보다. 하는 행동들을 보면 그렇게 영특할 수가 없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모인가 보다.
토요일인데 정상출근을 했다. 네거티브 인생들이야 다 그렇지 않은가? 휴일이라도 회사가 부르면 나가야 하고, 몇 날 며칠을 밤새워 일해도 어느 순간 회사에서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어야 하는 인생이다. 오늘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까다롭게 요구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아이와 씨름을 하고 있는 아내를 도와야겠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덤으로 얻는 이 시간을 나를 위해서 쓰고 싶다. 영화를 한 편 볼까? 서점에서 책을 보고 들어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목욕탕에 갔다.
내일을 위해 다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평일엔 회사업무, 주말엔 가사와 육아. 그야말로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서점에 가서 마음껏 책을 읽고, 극장에서 여유 있게 영화 한 편 볼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