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메뉴는 니가 골라봐
- 레스토랑 -
어느새 뷰가 멋진 한강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며 파스타 등등의 잘 차려진 음식을 먹는 두 사람.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썰어 하영의 접시에 놓아주는 알렘.
하영은 기분이 끝내준다.
“생일이니까 맛있는 거 많이 먹어”
“네. 완전 꿈만 같애요.”
“그렇게 좋아?”
“그럼요. 너무 좋죠. 게다가 오빠랑 이렇게 함께 하다니..말도 안 되게 진짜진짜 행복해요!”
“그럼 책을 읽을 땐 기분 어때?”
“책이요?”
“응. 책!”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는데 알렘의 뜬금없는 책타령에 하영은 게임하다 잠시 렉이 걸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알렘 오빠로 말하자면 워낙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책 얘기 충분히 할 수 있지. 그래 맞아.'
“당연히 힘들고 지루하죠. 따분하고 졸리고...책 읽는 1시간이 마치 하루 같아요. 그 시간에 볼 수 있는 쇼츠가 몇 갠데...”
“맞아. 그럴 수 있어. 하기 싫은데 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지.”
“역시 이해심이 역대급이라니까.”
“부모님은 책 읽으라고 안 하셔?”
“안 하긴요. 완전 속사포 랩처럼 귀가 따갑도록 하는 걸요. 특히 우리 엄마는..”
정말 지겨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의 하영.
그런 하영이 너무 귀엽기만한 알렘.
“그럼 오바마,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이런 사람들이 책 좀 읽으라고 한다면?“
“누구더라,, 어디서 들은 거 같기도 하고,,뭐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안 들을 거 같아요.”
“그치...그럼 내가 읽으라고 하면?”
알렘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동시에 대답하는 하영.
“그거야 당연히 읽어야죠! 그럼 오빠가 추천하는 책은 뭐에요?”
“추천?”
잠시 떠올려보다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는 알렘.
“없어!”
“네? 에이,, 다른 연예인들은 책 추천도 많이 하고 그러던데.”
“추천할 책이 없는 게 아니고 추천하지 않는 거야.”
“왜요?”
“너한테 맞는 책이 아닐 수 있으니까.”
스파게티를 돌돌말아 입에 쏙 넣으며 뜸을 들이는 하영.
“그런데 과연 저한테 맞는 책이 있을까요?”
책 얘기는 이제 그만 좀 하고 싶은 하영이다. 마지막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는다.
“아~ 맛있당!”
“그러니까 지금부터 찾아보자고. 맛있는 책!”
- 책으로 가득한 큰 대형서점 -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서점을 통째로 전세 낸 듯 서점 이곳 저곳을 보여주는 알렘.
하영은 관심 없다는 투로 계속 고개를 저으며 흐느적 쫓아다닌다.
“아, 더 먹고 싶었는데...”
그런 하영이 귀엽기만한 알렘, 옆으로 잡아끌며
“자 여기 앉아봐.”
잠시 후 서점 책 읽는 공간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자, 이렇게 책들에 둘러싸인 기분이 어때?”
하영, 특유의 요상한 표정 짓는다.
“으윽- 이 압박감!!!”
알렘 웃고, 하영도 멋쩍은지 같이 웃는다.
“와~ 근데 진짜 책 많다!”
“맛있겠지?”
“왜 자꾸 맛타령이세요? 맛있는 책이 어딨어요?”
“왜 없어?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자기에게 맛있는 책도 달라. 맛있는 책, 재밌는 책, 멋있는 책, 신선한 책. 또 먹고 싶은 책.”
“와~ 그 책들 다 먹으면 배부르겠는데요?”
“하나하나 든든하게 먹어보자구. 맛있는 책 잘 고르면 맛 들려서 못 끊을걸.”
“히히히히 그럼 저희 엄마가 엄청 좋아하겠는데요.”
“아냐. 니가 제일 좋아할 걸.”
“글..쎄요.”
알렘의 말이 공감이 가지 않는 하영.
“오늘은 니가 내 책소물리에가 되는 거야!”
“책 소물리에요? 아~ 와인 골라주는 것처럼 책 골라주는 사람인거에요?”
“그렇지!”
“근데 저는 책에 대해 잘 모르는데요?”
“괜찮아. 너를 가장 잘 아는 건 너니까. 그럼 맛있는 책을 골라볼까?”
“어떤 게 맛있는 책인데요?”
“그건 니가 제일 잘 알지!”
“제가요? 전 다 재미없는데...”
“왜 재미가 없을까? 생각해 본 적 있어?”
“아뇨. 그냥 재미가 없더라구요.”
사실 하영은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자, 날 봐봐. 나 누구야?”
“그야 알렘 오빠죠!”
“그래, 나 글로벌 슈퍼스타 알렘이야. 근데 너 어떻게 나랑 같이 있어?”
“그거야,, 오빠가 절 데려왔으니까.”
“아냐! 니가 날 데리고 온 거야!”
“제가요? 어떻게요?”
“상상! 책을 보면서 상상했잖아. 엘리스처럼 나한테 짠하고 나타나서 사인도 받고 데이트도 하고.”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는 하영, 눈이 동그래진다.
“들어올 때 봤지? 책으로 가는 문?”
“그럼 여기가 책의 세상이에요?”
“물론이지. 니가 만드는 책의 세상에서 나랑 데이트하는 거야”
“근데 왜 하필 책 세상에서 데이트를 하는 거에요?”
“기억 안 나? 아빠 엄마가 책 읽으라고 한 거?”
“아,,”
끔찍해서 얼굴을 감싸쥐는 하영.
“이왕 책 읽는 거 나랑 데이트하면서 읽는 거야. 재밌겠지?”
“그렇긴 한데,,,”
책 읽는 건 너무 싫지만 알렘 오빠와 함께 할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책부터 볼 거야?”
“꼭.. 골라야 돼요?”
싫다는 표정이 역력하지만 알렘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 좋아하는 게 뭐야?”
“으흐음...”
생각하기 싫어서 끙끙 앓는 소리 내는 하영
“진짜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거나 볼래요”
그런 하영이 안타까운 알렘.
“좋아 천천히 생각해봐. 너 스스로 선택하는 게 가장 좋지만 너무 힘들어하니까 시작은 도와줄게.”
“오빠랑 관련있음 그나마 나을 거 같은데...”
“그럼 우선 미술관 어때? 나 미술 좋아하는 것도 알지?”
“그럼요. 미술관이나 전시회도 자주 가시잖아요. 오빠 인스타에 인증샷 엄청 많잖아요.”
“미술을 예전부터 좋아하긴 했었지만 책을 통해서 미술을 쉽고, 깊게 배우게 됐어. 책을 읽다보면 가끔은 작품을 만든 그 작가들이 내 옆에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어.”
“저도 그림 그리는 거는 좋아해요. 요즘 펜아트 배우고 있어요.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오빠 얼굴 그려서 선물할게요!”
“기대되는데? 미술에 관심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많이 보는 것도 좋아”
“그래서 결국 책 많이 읽으라는 거죠?”
“그래. 강요는 아닌데, 내가 경험해보니 좋더라는 거야.”
“알겠어요.”
알렘의 권유가 왠지 싫지 않은 하영.
“그럼 우리의 책 데이트 첫 장소는 미술관이야?”
“네!”
무언가 찾는 듯 두리번거리던 알렘, 손을 들어 손가락 탁 튕기자 저 멀리서 책 하나가 날아와 알렘 손에 안착한다.
[이중섭의 사랑, 가족]
하영,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멋진 미소 한번 알려주고는 책을 탁 치는 알렘.
하영,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데.
순식간에 사라지는 하영과 알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