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몰랐던 맛
불빛처럼 미술관에 반짝하고 다시 나타난 하영과 알렘.
“오빠 이런 거도 할 줄 알아요?”
“책 속에선 가능해!”
미소 지으며 윙크 날려주는 알렘.
마치 윙크 화살에 맞은 듯 가슴을 부여잡는 하영, 눈이 하트하트하다.
“와~ 근데 여긴 어디에요?”
알록달록 여러 그림들이 쭉 전시되어 있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전시한 미술관이야”
“이중섭?”
“이 그림 본 적 있니?”
한 그림 앞에 멈춰 선 알렘.
하영도 그림을 본다.
[이중섭 황소]
“황..소? 아, 3학년 땐가 미술책에서 본 거 같아요.”
“그래? 이 그림 어때?”
“멋져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런 착하고 순해보이는 누렁이 소랑 좀 다르게 생겼잖아요.”
“어때? 당장이라도 소가 ‘음머’ 하고 그림 속에서 튀어 나올 거 같지 않어?”
그림 속 소를 흉내내는 알렘
“맞아요. 힘이 엄청 세 보여요. 근데 표정이 되게 개구진 거 같아요.”
“어, 그림 좋아한다더니 볼 줄도 아는데?”
으쓱해진 하영, 그림을 더 적극적으로 구경한다.
“근데 여기도 소, 저기도 소. 소그림이 엄청 많아요.”
“눈치도 빠르네. 맞아 이중섭 화가는 소그림을 주로 그렸어”
“왜요?”
“그림을 누구보다 잘 그리고 싶었던 화가는 어느 날 스승님한테 연습만이 살길이다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래서 시골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를 그리기 시작했대. 맨날 소 옆에서 자고 먹고 소만 그리다보니까 소도둑으로 의심받은 적도 있대.”
“정말요? 작가님 맘도 몰라주고. 참 너무하네요.”
“그런데 그림 그릴 도화지조차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이중섭 화가는 담뱃갑 안에 붙은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대.”
“그림을 은박지에요?”
[낙원의 가족] 그림 앞에선 알렘.
“이게 은박지에 그린 그림이야. 은지화라고도 해.”
“이렇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조금은 충격을 받은 놀란 표정의 하영.
“어디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 거지. 이중섭 작가는 어디든지 또 언제든지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그리고 또 그렸어. 어떤 일을 하든 그런 끈기와 열정이 아주 중요한 거 같아.”
“그래서 제가 오빠를 볼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쉴 새 없이 랩도 춤도 연습하고, 영어도 그렇구요.”
“그래 나도 밤낮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하긴 했지. 진짜 먹는 시간 빼고는 끊임없이 움직인 거 같아. 넌 커서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음.. 실은...”
“뭔데?”
“실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오오, 연기자.. 배우? 멋진데!”
“그냥 지금은 꿈이에요. 꿈.”
“왜? 하고 싶은 건 꼭 도전해봐.”
아직은 뭔가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은 두루뭉술한 꿈이지만 오빠의 응원이 왠지 힘이 나는 하영이다.
“그런데 왜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 계기가 있어?”
“배우 연빈언니가 나온 드라마 있잖아요. 우투더 영투더~”
“알지.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에피가이의 Fly를 듣고부터 힙합을 시작하게 된 거 같아. 아, 그럼 우리 이번엔 드라마책 속에 들어가 볼래?”
“대본이요? 그런데 이상하다. 책을 읽는 게 아니고 들어간다니까.”
알렘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책하나가 날아온다.
[눈물의 왕]
하영, 책 제목보고 놀라며, 알렘을 본다.
“어, 이거?”
“니 머릿속에 있나본데?”
“네, 어제 본건데...?”
“그래. 잘 됐네. 이번엔 니가 책을 터치해봐”
책을 탁 치는 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