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좋아하는 맛
-백화점-
촬영장. 스탭들이 각자 분주하게 일하고 있고, 하영과 알렘도 실제가 아닌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있다. 옷도 정장으로 멋지게 갖춰 입고, 하영도 어른같다.
알렘, 하영에게 고백하는데.
“김하영 씨,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해서 알렘을 쳐다보는 하영.
“여태는 김하영 씨가 부담 가질까봐 얘기 안했는데요. 사실 나 서울대 나왔어요. 그것도 법대. 우리집 지방이긴 한데 그 마을에선 유지 소리 듣는 집이고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그쪽이 행여나 회사에서 잘려도 내가 당신 책임질 수 있단 얘기에요. 솔직히 맞벌이 선호했는데 김하영 씨라면 외벌이도 감당해 보고 싶어졌어요. 아니 부담은 갖지 말고.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요. 그러니까... 나 어때요? 아니 오늘 꼭 대답 안 해도 되고요.. “
“좋아요, 당장 결혼해요!”
엥? 인상 확 구겨지는 알렘
알렘에게 빠져들 것 같은 하영.
-서점-
“아이, NGNG! 대본대로 해야지. 좋다고 말하면 어떻게? 대본엔 거절하는 걸로 나오잖아?”
대본집을 바닥에 탁 내려놓는 알렘.
“아이 좋은 걸 어떡해요? 주인공이 오빠로 보이니까 그렇죠.”
괜히 속상한 하영.
“아, 미안미안. 안 되겠다. 나도 연기는 잘 모르지만 이런 건 애드립을 치면 안 돼지! 연습 더 많이 해야겠다. 연기하려면.”
“지금 연기연습 아니고 책 읽는 거잖아요?”
“그래도 꿈이 연기자면 좀 연기자처럼 진지해야지.”
“저 완전 진지하거든요.”
흥, 오빠 좋아해서 그런 건데 내 맘도 몰라주다니.
하영, 뾰로통해서 돌아서는데 책꽃이에 꽂힌 [그리스로마신화]를 발견한다.
“어, 이거?”
뭔가하고 하영이 가리키는 곳을 보는 알렘.
“저 그리스로마신화 재밌게 읽었는데.”
“아, 정말? 오~”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
동시에 말하는 두 사람, 함께 웃는다.
“우리팀 노래잖아.”
“그러니까요. 오빠랑도 관련이 있네요!”
“그래. 나도 그리스로마신화 엄청 좋아하잖아. 책 안 좋아하는 사람치고 너 급이 좀 있는데?”
“3학년 때까지 나름 열심히 읽었는데 엄마가 만화는 좀 그만보라고 그래서.. 요즘은 잘 안 봐요”
“아, 학습만화로 된 그리스로마신화 읽었구나?”
“네”
“재미 붙일 땐 그것도 괜찮아. 나도 꽤 많이 읽었는데, 이거 읽는 거도 쉽지는 않아. 등장인물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쵸?! 역시 오빠는 뭘 좀 안다니까. 책 많이 읽은 사람은 좀 다르네.”
하영, 갑자기 급 텐션 올라서 말도 빨라지고 목소리톤도 높다.
“전 여기 나오는 신 중에 아테나가 가장 좋아요. 귀여운 설정을 다 붙여놔서, 마치 아이돌 같은 신이라고 할까요?”
“와~ 역시 좋아하는 파트가 나오니까 말이 술술 나오는데?”
“오빠는 어떤 내용이 좋았어요?”
“난 아폴론이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는 뱀괴물 피톤을 물리치는 부분이 제일 재밌더라,”
“오빠, 아폴론이랑 이미지 찰떡이에요.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기도 하지만 음악과 시의 신이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땡큐! 자, 그럼 우리 그 재밌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볼까?”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 중 11권을 고른 하영, 책을 펼치는데 새하얀 빛이 퍼져나와 하영과 알렘을 감싼다.
-초원-
화려한 활솜씨로 괴물 뱀 피톤을 물리치는 아폴론이 된 알렘.
그 웅장한 모습에 쌍둥이 아르테미스 하영도 무릎을 꿇고 찬양한다.
“역시 궁술의 신, 아폴론이군요.”
“나와 내 가족을 괴롭혔던 고약한 뱀의 괴물, 피톤은 이제 영원히 숨을 거두었다. 나의 누이 아르테미스여, 나를 따르라”
멋지게 말하고는 활을 쳐들고 획 돌아서는 아폴론.
활이 그만 신전 기둥하나를 치고 차례로 무너진다.
놀라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파괴몬?”
“파괴몬!”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말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웃는 순간 책에서 빠져나오는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