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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피아니스트 Feb 02. 2022

피아니스트의 꿈

예중, 예고 가야 할까?

내가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

우리 가족은 동생과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한 집은 우리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빨리 뛰면 5 내로 도착할  있는 거리로 나는  아침 등교 전에 짧게라도 피아노 

연습을 하고는 있는 힘껏 학교로 달려가곤 했다.


중학교를 서울 정동에 있는 예원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어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장거리 등하교라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매일 새벽 6시 반이면 어김없이 학교로 가는 봉고차를 타야 했는데

한창 아침잠이 많을 나이에, 더욱이 5분이면 도착할 코앞의 거리에 있던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1시간 30분 이상으로 늘어난 통학시간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스쿨버스는 서울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서만 운영되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다른 지역의 학생들의 등교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학생들은 나처럼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마련한 봉고차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했고 집이 더 먼 학생들의 경우는 기차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더러는 일찍 감치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예중을 들어가게 되면 예고에 들어갈 확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따라서 예중에 들어가는 순간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초등학교에서 6년을 보낸 것처럼 중, 고등학교 6년 생활을 함께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대학입시가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중학교와는 또 다른 특별함을 가진다.


그 특별한 시간들 속에서, 처음 예원학교에 입학하고 나에게 가장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콩쿠르 때나 가끔 보던 재능 있던 친구들을 매일 같은 반과 수업에서 만난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그 나이 어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일에도 해맑게 웃다가도 매 학기 실기 등수가 발표되는 날이면 표정에서부터 희비가 엇갈리곤 했다.

어떤 날은 반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경쟁 속에서, 또 서로의 재능과 열정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나갔다.

 

함께 예중, 예고를 함께 졸업하고 음악대학에 진학하는 사이 계속 음악의 길을 가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꽤 많은 친구들이,

때로는 다른 길을 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전혀 다른 전공으로

진로를 바꾸어 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가 가지는 소명이 있기에 어떤 선택이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길을 가면서 그 친구들이 정말 행복을 느끼고 새로운 천직을 찾았다면 그야말로 축복할 일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전공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온전히 알아가기도 전에

경쟁을 먼저 알아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일찍 지쳐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우리가 그 시절 감내한 모든 것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정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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