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일요일의 끝,
오후 11시 10분에 브런치 연재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펼치고 가만히 앉아있다.
브런치에 일요일과 월요일에 발행하게 되어 있는 "눈 오는 날에 쓰담쓰담" 원고를 쓰기 위해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노트북을 펼치는 이 파렴치한은 누구인가?
정작 나를 브런치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마감이 한 시간도 채 안 남은 것 아닌가.
차라리 쓰지를 말지.
도대체 머릿속에 확실한 구상도 없고 주제도 없이 그냥 땜빵식의 원고를 또 쓸 참인가?
답답하기도 하고 어쩌다는 습관이 되어버린 마감입박 원고 쓰기에 나는 내가 무슨 대작가라고
이러고 있나 싶은 거다.
미리 원고에 대한 사전의 조사라든지, 자료 조사 내지 아니면 하다못해 오늘은 이런 스토리를 써봐야지
하는 감도 없이 머리만 굴리다가 시간은 다 되고 급하니 일단 노트북은 펼쳤지만, 막막하기 이를 데가 없으니
브런치홈에 들어가서 다른 작가들 글도 읽다가 영화도 뒤적이다가 브런치에 넣어둔 작가의 서랍에 한 두 개쯤 저장해 놓은 글도 보다가 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멍하니 한 순간 노트북 화면만 쳐다본다.
사실은 오늘따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작 있지만 그 이야기는 차마 쓸 수가 없어서
그 이야기를 빼고 다른 이야기를 쓰려하니 이상하게 소재도 주제도 없는 글만 써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힘든 시대에 다들 뭐 해 먹고살지 "라는 한마디다.
요즘에 주변을 보면 50대부터 60대가 넘는 여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나 갈 데가 없어."
아니면
"뭐해먹고살아야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있는 거니?"
그도 아니면
"돈은 쪼금 있는데 더 일을 해야 백세 시대 준비하는 거 아니니?."
등등의 이야기들을 흔히 듣는다는 것이다.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 그들의 공통점은 다들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웬만한 직장에서는 50이 조금 넘으면 나가라든지, 아니면 이직을 원한다고 하니
마땅히 할 일이 없고 혼자서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 사는 삶이다 보니 그다지 책임질 자식도 없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부모님을 모시고 있으니
그나마 부모님 집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을 하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삶의 위기인 이혼을 경험하거나 사별을 경험한 중년여자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좌충우돌,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지인들도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하면 왜 그리 힘들어하는지
나이가 먹어 보니 이제야 더 그 처지를 알 것만 같다.
마감에 임박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 준비가 안 된 작가처럼
우리는 뭔지 모를 급박하고 위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세대는 아닌가 모르겠다.
그것이 어찌 이혼녀와 사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겠는가?
요즘 내 주변에는 내가 부모님 병간호와 글쓰기 두 가지만 하는 나를 보고 무척이나 나를 닦달하거나
심지어는 한심한 듯이 보는 사람들도 많다.
글이 돈이 되지 않는데 글을 쓴다는 둥,
부모님은 요양병원에 모시고 돈을 벌라는 둥,
전문가답게 다시 전문직 일을 해야지 뭐 하냐는 둥,
이런저런 참견과 때로는 조소와 시비가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 속에서 나는 혼자 나만의 길 찾기에 몰입하려고 많이 애를 써본다.
그리고 그 일들을 선택할 때마다 남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묻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했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했고, 그게 내 일이었으니까.
작가면 글을 꾸준히 끝까지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글에 구독자가 있던 없던,
글이 안 좋다고 원성을 사던 좋다고 칭찬을 받든 말든
쓰다 보면 나라는 사람을 최소한은 정리 정돈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는 소설 "파친코"를 쓰기 위해 30년 가까이를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하지 않던가?
무슨 일을 하던 내 원칙은 십 년은 기본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산다.
글쓰기가 십 년이 뭔가 나에게도 30년이 넘었다.
작가로 이름을 얻은 지가 올해로 딱 30년이 되었다.
그런데 나의 글쓰기는 왜 이모양인가 싶으면 자다가도 눈을 뜨지만,
그래도 나도 한 작품을 쓰기 위해 30년이란 시간을 다 모으지는 못했더라도
죽기 전에 "대작' 한 번이 나 역시 소원이다.
독자에게 충성하지 않는 작가가 과연 작가일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감 한 시간 전에 겨우 끄적이는 이런 글들이 또 세상에서 부는 바람에
쓰레기처럼 휘날릴까 봐 조심스럽지만 나 자신과 나의 글 제자들에게는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부지런히 문장을 연습해 보자,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어보자,라고 독려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험한 세상에서 뭐 해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는 힘든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른이나 얘들이나 심지어 노인들까지 누구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다.
50에 웹소설에 도전하는 퇴직남도 있고,
80에 시를 쓰는 할머니 시인들도 있다.
그들 모두는 위대한 작가 지망생이고
30년을 작가를 했어도 무명인 나도 그 축에 드는 사람인 거 같다.
위대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내가 뭔가 쓸 말이 있어서 분초를 다투며 원고를 마감한다면
그것으로 나도 오늘 쓸거는 다 쓴 것이 아닌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