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인줄 알았던 곳에 구덩이가 있네.
그곳에 빠질까, 돌아서 걸을까, 망설이고 있네.
아침에 카톡을 보다가 잘 아는 동생의 카톡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어쩌다 보니 꽃길은 구경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했는데,
자꾸만 구덩이에만 빠지는 걸 보았던
동생이라서 내 마음이 순간 짜안 하니 아파왔다.
몇 년 전 유방암으로 얼마나 놀래고 힘들어했는지....
그리고 그 전에는 큰 교통사고로......
그리고 오랫동안 친정엄마의 병간호로 그녀는 늘 아프고 힘들어했다.
더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녀는 이혼의 상처를 안고 아들을 키우느라
수 없는 눈물을 흘렸었다.
가도 가도 꽃길은 없고 구덩이만 파져 있는 것 같은 그녀의 인생을 나는 이십 년이 넘도록
보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해왔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는 나는 정말 그녀가 편안하게 살지 못할 수도 있는 미모를 가졌고,
성격도 그에 못지않게 활발하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 느낌은 맞았었고, 그녀는 자기가 가진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시댁식구들과 남편을 만났고,
삶은 정말 가파른 고개를 자꾸만 넘어가야만 했다.
뛰어나게 예쁘고 멋진데, 왜 저리도 힘들까?
누가 봐도 손에 물 한 방울 한튀기고 살 거 같은데 어찌 저리 고생을 할까?
이십 년 넘게 살면서 그녀를 볼 때마다 내 가슴도 항상 찢어질 듯 아플 때가 많았다.
이제 그녀의 나이도 오십 둘이다.
여기서는 구덩이를 밟으면 안 되는데.
왜 또 구덩이가 앞을 막고 있다는 거지.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다.
지나친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니까.......
그러나 왜 이런 글을 썼느냐고 묻는 대신 이걸 어디서 베낀 거냐고 자꾸만 귀찮게 하기보다는
아무 말하지 않고 그녀의 내면이 이렇게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떠올린 시가 한편 있다.
바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다.
풀꽃. 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가 살다 보면 급한 마음에 너무 성급하게 걸어도 그 길이 꽃길로만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보기에는 화려하고 꽃으로 장식한 멋진 화관 같지만 막상 머리에 쓰고 보니 그것이 가시면류관처럼
아프고 피를 흘려야만 얻을 수 있는 영광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에서는 처음부터 길을 잘 살피고 그 길에 뱀이나 독사가 없는지 나를 향해 달려드는 들개는 없는지 얼마나 돌다리 두드리듯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펴보아야 하는가.
이미 구덩이에 빠지고 나면 다시 헤어 나오기는 힘들다.
그럴 때는 무조건 그 길에서 돌아서서 조금은 험해 보이는 길이 있다 할지라도
새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보는 그녀는 정말 마음은 풀꽃처럼 수수하고 편안하고 싶은데,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온갖 화려한 꽃들이 가득한 유혹들이 넘실거릴 것이다.
그럴 때 그녀에게 다시 내밀어 보는 풀꽃 한 다발!!
아무런 향기도 없고, 당장은 큰 위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름 없는 풀꽃이 주는 평안을 그녀가 다시 찾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암투병에 오 년씩 병간호를 한 그녀.
엄마가 오래된 지병으로 이십 년을 넘게 병간호하고 있는 그녀.
이혼한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그녀.
그녀는 그래서 감동이 있었고, 눈물이 있었고,
나도 같이 많이 울었던 사랑스럽고 귀한 여인이다.
너무 많이 아팠던 그 가슴에 이제 유방암까지 간직하고 살지만,
그래도 그녀는 씩씩하게 일용할 양식을 벌고 있고,
무남독녀 외동딸로 오늘도 걸음도 잘 못 걷는 엄마에게 호떡을 사다 요양병원에 나르는 용사다.
삶이 결코 우리에게 녹녹지 않아도 그녀는 견디고 버티었다.
그래서 그녀는 제발 꽃길만 걷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구덩이가 보인다고 하며 놀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하나님이 그녀를 위로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래 네가 구덩이에 빠져도 나는 너를 건져주는 하나님이야 하고 위로해 주시길
또 간절히 부탁드려 본다.
그래서 화려한 꽃들의 속임수에 속지 말고
제발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그래서 지금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풀꽃들이 반기는
싱그러운 아침에 풀숲을 좀 걸으면 어떻겠냐고......
난 조용히 그녀 곁에 가서 말해주고 싶다.
지치고 힘들 때 시골집에서 어두운 사면을 둘러보고 가만히 하늘에 별을 보고
그리고 잠을 청하다가 잠이 들면
깊은 잠을 자고 나서 해가 중천에 뜨면 느지막이 일어나서
시골에 한적한 풀숲을 좀 걸으면 어떠냐고........
그러다가 만난 민들레꽃 한 송이. 제비꽃 한 다발, 하얀 토끼풀꽃, 보라색 엉겅퀴꽃,
그런 꽃들에게 말을 걸어보면 어떻겠느냐고.........
그 마음에 평안이 이 밤에 그녀에게 있기를........
그런 삶의 길과 이정표가 내일 아침에는
그녀의 우체통에 배달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