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못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기술적인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시골에 살면서 운전을 못하면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는데,
내가 작년에 이사를 왔을 때 운전을 못한다고 하니 이 시골마을에서 트럭을 몰고 다니시는 아주머니가
운전을 못하는 나에게 한 말이 그럼 '장애인 아녀유.' 하고 한심하다는 듯이 웃는 거였다.
그런 내가 삐삐에서 폴더폰으로 그리고 폴더폰 대신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때마다 나는 참 당황스럽고
그 기술을 익히느라 좌충우돌한 적이 많았다.
별것도 아닌 사소한 기술이라 해도
난 그런 걸 왜 그리도 못하는지........
컴퓨터나 노트북등 하다못해 밥솥을 새로 사도 나는 그 물건이 가진 어떤 기능들을 익히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려야 그걸 파악해 내고 익숙하게 쓰게 된다.
성격이 급한 탓인지 아니면 꼼꼼하질 못해서인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면서도 나는 또 그런 큰 기술을 요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이리저리 헤매고
발행취소한 글에 들어가야 할 글을 순간 실수로 휴지통에 넣어 버리거나 매거진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몇 번을 실패하거나, 브런치북을 쓰다가도 원고를 두 번이라 날려버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아휴.........
그러다가 오늘 세종에서 제자가 드디어 찾아왔다.
쌤하고 작업실에 같이 글을 쓰긴 쓰는데, 선생님 브런치북 글 중에서 '연재소설 방개아저씨'를 1화부터 30화까지 쭉 한 브런치북에 올리면 좋겠다고........
그걸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엊그제 금요일 나 혼자서 매거진에 '방개아저씨'를 1화부터 10화까지 올리다가 7화를 잘못해서 휴지통에 빠뜨려서 다시 내 컴에 저장되어 있는 원본에서 찾아서 7화부터 다시 올리려고 했는데,
아예 브런치북에 연재를 1화부터 30화까지 올리는 걸 도와준다니...... 세상에 이런 도우미가 어디에서 왔을꼬 싶었다.
제자랑 치킨을 시켜서 저녁대신 먹고 작업을 하다 보니 8시 30분에 시작해서 10시 30분에야 끝을 냈다.
세상에 나는 연재를 이렇게 다시 작업해서 올리면 되는 것도 모르고 멍청이처럼 매거진에 1화부터 10화까지를 올리려 했으니...... 그것도 하다가 7화는 휴지통에 빠치고 ^^ 울화가 치밀어서 괜히 속을 썩었으니
아, 어찌 세상을 혼자 살리요.
나는 사실 집에 지금 같이 사는 사람은 노부모님뿐이니....... 어쩌다가 이 시골에서 대학생이라든지 날 도와줄 젊은 친구를 찾기는 하늘의 별을 따야 하는 것처럼 어렵기만 하다.
어쩌다 조카들이 와도 잠깐 왔다 가니..... 뭘 도와달라고를 잘 못한다.
그런데 이제 올해 극작과를 졸업하는 제자가 웹소설에 입문하기 위해 공부를 하다가
나도 선생님 작업실에서 글도 쓰고 강의도 들으며
날 도와준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쉽게 빠르게 나의 장편 소설 '방개아저씨'를 1화부터 30화까지 한꺼번에
잘 배열해서 올려주고 사진까지 다 바꿔주니 이보다 이쁜 제자가 또 있으랴.
내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지금까지도 몇 명의 제자들과는 꾸준하게
만남을 이어오고 방학이면 아이들이 찾아오기도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같이 책을 읽고 한 공간에서
글을 쓰는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인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내 집이나 작업실에서 먹고 자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종에서부터 아파트에 아이들이 와서 같이 밥도 해 먹고 잠도 자고 가고 하다 보니
이제는 그런 분위기도 익숙해진 탓에 나는 어디에 살던 이 친구들과 여행도 갈 수 있고,
며칠씩 지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어느덧 어리던 고 2 풋풋한 여고생들이 대학생이 되어 있고, 졸업하는 아이도 있으니.....
세월은 참으로 빠르고 무상하다는 느낌이다.
난 내곁의 몇몇의 제자들이 작가도 되고, 멋진 연출가도 되고, 훌륭한 목사님과 사모님도 되고
치과의사도 되고, 의료공학자가 되길 기도한다.
중학교 때 만났는데 벌써 고3이 된 친구도 있고,
고1 때 만났는데 벌써 군대를 갔다 온 제자도 있다.
나는 어쩌다가 시골에서 이렇게 운전도 못하는 '장애인'아닌 '장애인'으로 살고 있는데,
아이들은 일취월장 성장을 하고 있으니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이런 못난 선생님을 찾아와 같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날 가르쳐주기도 하니
난 이런 시간들이 너무 행복한 것이다.
부모님 때문에 시골에 들어와서 부모님 간병을 하다 보니 나는 어느 사이 촌사람이 되어 있다.
그리고 정작 제대로 소설을 써서 발표해야 하는 문학지에는 연재 중인 뮤지컬을 계속 미루고 있으며
어쩌자고 이 브런치스토리에 빠져있는지는 나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싸맬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나와의 화해와 내 상처에 기름을 발라줘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브런치가 나를 어짜자고 치유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으니....
이것을 설명하거나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 밤에도 글을 잘 쓰던 못쓰던 내가 쓰고 있고,
내 제자도 내 부족한 기술의 한 파트를 오늘 해결해 준 것이 고마울 뿐이고
또 내 제자가 가는 길을 열심히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소원이 있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고요한 작업실에서 오랜만에 제자와 함께 글을 쓰는 이런 시간들이 또 언제 올까 싶은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