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개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엉가엄마가 만들어준 방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엉가엄마와 혼인을 하지 않은 방개는 엉가엄마와 엉가를 데리고 다닐 때도 단 한 번도 엉가엄마의 몸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방개는 나름대로 자신의 신조가 있었고, 자기가 사랑하는 순자에 대한 마음이 있었기에 단 한 번도 엉가엄마를 여자로 가까이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엉가엄마가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후에 엉가엄마도 방개를 남자로 여기 지를 않았다. 그러나 엉가엄마가 내준 방에서 방개가 가끔은 기거하기로 한 것은 방개 나름 이유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의 몸이 얼마 전부터 가끔씩 심하게 배가 아프고 입에서 피고름이 쏟아지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는데,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는 병원에를 좀 가봐야 하나 싶어서 일단은 엉가엄마가 내준 방에 좀 들어가 쉬고 싶어서 흔쾌히 승낙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큰 병이면 엉가엄마와 덕구에게 큰 부담을 줄 것 같아서 방개는 속으로만 끙끙거리고만 있다가 어느 날 엉가엄마 집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방개는 병원에 가볼 요량도 없이 그저 또 여기저기를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동냥을 얻어먹기 시작했다. 덕구에게 가도 안 될 것 같아서 방개는 또 온양과 중골에서 멀리 떠나 서해안의 끝인 서천 바닷가에 가서 머물러 있었다.
몸에서는 계속 피고름과 종기 같은 것이 불룩하게 배에서도 만져지는 것이 어찌나 아프기도 하고 통증이 있는지 바닷가의 허름한 빈집에서 혼자 묵으며 방개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바닷가에 나가 생선도 잡아서 매운탕도 끓여 먹고 몸에 좋은 것을 해산물을 먹고 나면 몸은 조금 좋아지는 듯했지만, 방개의 몸에서는 여전히 피고름이 쏟아지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개의 허름한 집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그는 옆구리에 까만 책을 하나 끼고 들어왔는데
말쑥하게 생긴 중년남자였다.
"아이고 빈집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살고 계시네요. 저는 요 앞 마을에서 교회를 시작한 목사입니다. 이 마을에 이사를 온 지는 몇 달 되지를 않았죠. 선생님은 몸이 아프신가요? 좀 아파 보이시는데."
"네 지가 아퍼유."
방개가 선뜻 아프다는 말을 하고는 자기의 배를 가리켰다. 목사라는 남자가 방개의 배에 손을 갖다 대보았다.
배에서 둥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묵직한 것 같기도 한 어떤 덩어리가 만져졌다. 목사는 방개의 몸에 심각한 병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목사는 방개에게 성경을 읽어 봤느냐고 물었다.
"지는 교회 지을 때 벽돌이랑 스레트는 날러 봤지만 성경책은 한 번도 안 읽어봤는데유."
방개는 아픈데 목사가 와서 자기를 귀찮게 한다고 생각을 하고 심드렁하게 대답을 하자 목사가 빙긋하니 웃더니 방개의 손을 잡고 같이 기도를 하자고 한다.
"기 기도유, 지는 그런 거 할 줄 물러유."
그러자 목사가 방개의 손에 자기의 손을 포개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 순간 이상하게 방개도 목사의 손에 감싸인 자신의 손안이 따뜻해지며 자신의 체온이 1도쯤 올라간 것 같이 갑자기 온몸에 더운 기운이 나듯이 좀 전까지 썰렁하고 좀체 살 것 같지 않던 자신의 몸이 이상한 느낌으로 빠지듯이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목사는 기도를 시작했다.
"주여, 이 병든 영혼육을 주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이 춥고 허름한 집에서 병자가 혼자 이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주님이 불쌍히 여기시고 긍휼히 여기사 예수님의 보혈의 피로 이 병든 육신을
고쳐주시고 만져주시옵소서. 주님의 긍휼과 자비만이 이 불쌍한 영혼을 살리실 질 줄로 믿습니다. "
어찌 된 일인지 목사는 한두 마디만 하고 기도를 끊을 줄 알았는데, 일분 이분 삼분 사분 오분 십분 이십 분 삼십 분 끝도 없이 기도를 하는지 아무런 믿음이 없는 방개는 처음에는 평안해서 기도를 받았는데, 나중에는 짜증이 치솟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낮지도 않은데 지금 뭔 기도를 이렇게 오래 한단 말인가.
방개는 기도로 병을 고친다는 소리는 어쩌다 장바닥이나 교인들에게서 한 번쯤 들어보긴 했지만, 자기 손을 잡고 목사가 기도를 해주는 것도 처음이요, 또 자기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를 하긴 하는데 이 무슨 기도 시간이 십 분도 아니고 이십 분도 아니고 얼마나 길고 지루하게 기도를 하는지 나중에는 그 목사가 기도를 하든 말든 자기 손을 잡고 있는 목사의 손을 슬그머니 빼고는 방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해버렸다.
목사의 기도소리와 함께 방개는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파도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바닷가 빈집에서 잠을 잤다. 한참을 자다 일어나 보니 어느 사이 목사라는 사람은 온데간데도 없이 가버렸다.
교회가 건너마을이라고 했으니 방개는 내일은 그 목사네 교회를 좀 찾아가서 먹을 것을 구할 생각만 하고 또 잠을 청했다.
밤바다의 황량한 파도소리와 어디선가 들리는 통통배소리가 방개의 외로운 병석을 매만져주듯이 아련하고 슬펐지만, 그래도 방개는 그날 밤 이상하게 마음속 어딘가에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존재가 있는 것만 같고 좁고 비가 새는 지붕이 날아갈 듯이 들썩거리며 바람을 쳐대도 그 초가지붕 위 하늘 어딘가에 신이라는 분이 분명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내일은 꼭 좀 건너마을에 교회에 좀 가서 아까 그 목사를 만나보고 싶었다.
목사가 자기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는데, 병이 나으려면 우선은 교회에 가서 맛있는 밥 좀 한 공기 얻어먹어야겠다는 게 방개의 생각이었다. 어느 때인가 온양장에서 들었던 예수쟁이가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예수님의 만찬에 초대가 되면 누구든지 예수님과 한 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예수님의 만찬이 베풀어지는 데는 교회 밖에 없을 것 같은 게 방개의 생각이었다.
"예수님의 만찬이면 분명히 교회에서 하는 잔치이겠지, 내일 교회 가서 그런 잔치는 언제 하는지 그날이나 좀 알아가지고 와야겠구먼. 그날 가서 떡 좀 실컷 얻어먹고 죽게."
방개는 벌써 예수님 만찬에 자신이 초대가 돼서 건너 동네 사람들과 맛있는 떡과 고기를 교회에서 실컷 먹을 생각을 하니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았다.
"내가 배가 아프고 입에서 피고름도 나고 하니 예수님이 날 불쌍히 여기셨나 보네. 어떻게 아시고 목사를 다 보내서 나한테 예수님 만찬상에 날 부르시려고 하시나 몰라. 허허허 신나는구먼 신나. 잔치 잔치 벌였네, 어서 예수님 만찬상에나 가보자. 빨리 날이 밝으면 쓰겠네."
방개는 그 밤에 한숨도 잠을 못 자고 건너 교회의 목사에게서 예수님의 만찬에 오라는 초대장을 받은 듯 밤새도록 들떠 버렸다.
그러나 방개를 만나고 간 목사는 그 밤에 죽음의 병을 가진 한 성도를 만난 고통에 밤새도록 길고 긴 기도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