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겨울 저녁에

by 권길주


실꾸러미를 푼다.

누구에 옷을 짤까........

오렌지 짙은 황토 빛 털실

한 뭉치 풀어낸다.


운명처럼 풀어지는 시간들

서쪽 하늘이 겨울의 빈 들판을 녹여가며

얼음 진 너의 마음 한쪽에

노을처럼 붉은 불을 밝히리라

어긋난 발 한쪽 끌고

심장이 녹아 날 것만 같은

차디찬 얼음골을 걸어 왔다.


황금빛 등이 켜지고

사각 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 사이에서

나는 오렌지 짙은 황토색 실타래를 풀어서

네 체취와 향기를 스웨터로 짠다.


그리움 반, 증오 반의 세월

한 코 한 코 뜨면서

네 심장에 다시 손을 대며

네 치수를 재본다.


내 가슴에 너무 오래 머문 너

실을 뽑아

네 가슴에 치수를 재보면

낮선 땅 먼 곳에서 한웅 큼의 포근한

그리움

저녁 문가에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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