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집을 베끼고 있어요.

김남조 시인 - 겨울 바다 (1967년 간행 시집 )

by 권길주

겨울 바다

김남조 시인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11월 1일 오늘은 '시의 날'이다.

광화문에서 '시의 날'을 맞이해 많은 시인들과 함께 하는

시낭송회가 있다고 한다.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의 집이다.}

라고 시작되는 '시의 날' 전문은 참 아름다운 문장이다.


오늘 광화문에서 하는 '시의 날 ' 낭송회는 유명 배우까지 온다니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곳에 갈 상황은 아니지만,

오늘 낭송되는 김남조 시인의 시를 한번 베껴보는 것으로

김남조 시인을 처음 뵈었던 옛기억을 회상해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한 3주전 나는 인터넷을 보던 중 '사랑을 노래한 시인' 김남조 별세 ....라는

기사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시인의 연세야 많다면 많으신 96세셨지만,

생전에 내가 뵈었던 분이 그것도 우리나라의 시단에 큰 별과 같은

김남조 시인이 작고 하셨다는 기사는 좀 남달랐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으로 유명인사분들을 취재하던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취재에 사용하는 녹음기도 잘 쓰지를 못해서

취재를 가서 당황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였다.

그러나 한 두달 해보니 그런 정도는 별것 아니였지만,

문제는 취재를 할 때 마다 만나게 되는 유명 인사분들은 다른 사람과 다른 독특함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독특함이 때로는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나에게 도전과 새로움을 주는 독창성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만난 김남조 시인( 여기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더 좋겠다.)

역시 처음 자택에 찾아 뵈었을 때

참으로 남다른 매력과 감성을 가지신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세련된 음성으로 말씀을 하실 때 마다

오래 습관화된 자신만의 매력적인 언어 구사력이 뛰어난 분 같았다.

차 한잔도 허술히 대접하지 않으시는 인격이 나를 감동하게도 했지만

선생님은 취재를 하면서 나에게 대한민국에서 여류시인으로 끝까지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을 거예요. 라며 조금은 예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선생님의 그 예리한 눈빛은 적중했다.

나는 등단하고 나서 첫시집을 내고 그 뒤로 시를 잠갔다.

내 스스로 시를 잠그고

시가 없는 세상으로.... 방송일로 ..... 그리고 나중에는

글이 없는 종교의 사역자로 나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어느 날 부터 혼자 시를 썼다.

지금도 백여편이 넘는 나의 시는 발표도 못하고

누구에게 보이지도 못하고

나의 노트북에 잠겨있다.


그리고 나는 사역자에서 다시 소설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나의 글은 그다지 변신한 티가 나질 않은채

지지부진 그렇게 일년에 단편소설 한두편 발표하는 것으로

제 할일을 다하고 있는 편이다.


김남조 선생님은 서른이 않되어 시인으로 등단한 나를 처음보고

그것도 방송일을 하는 방송작가 초보인 나를 보고

참 안타까웠던 것 같았다.


그날 대 시의 대 선배이시고 인생이 어르신이시고,

가르침의 대가이신 교수님 이셨던 김남조 시인은

어리디 어린 나에게


"시는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는 진리를 말씀해주시고

싶었다고 하는 이제야 느낀다.


그래서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황폐해진 삶에서 꿈을 잃어버렸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시를 잃어버리고 내가 가꾸어야 할

언어의 정원도 잃어버리고

언어의 대들보도 잃어버리고

내가 쌓아야 할 언어의 벽돌들도 잃어버린 것일 게다.


김남조 선생님은 '사랑'을 가꾸며 살아오셨기에 '사랑시인'이란

아름다운 호칭이 생겼을 것이다.

여류 시인이 가지고 살아야 할 고품격의 인격과 삶이

그분이 가시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애송시로 남을 것이다.


지금은 교과서에도 실린 '겨울 바다'라는 그분이 시를

다시 한 번 읽으며

나의 방황과 상처들이 더는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나의 노트북에 잠겨 있는 백여편이 내 시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는 날들도 있기를

나도 기도한다.


서울대 명예교수이신 권영민 교수님은 감남조 시인의 시를

"그의 시는 사랑과 기도의 시였다."고 하셨다.



........... (중략)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워진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중략)


시간은 나에게 가르친다.

소중한 것은 쉽게 내려놓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고 시간은 다시 나에게 가르친다.

훌륭한 사람은 그리 쉽게 인연으로 만나지지 않는 다른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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