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산 신정호를 좋아한다

우리 동네 호수와 다른 점

by 권길주

내가 고향을 떠나 산지는 무척이나 오래되었었다.

서울에서 15년을 살았고, 인천과 경기도 근처에서 10여년,

그리고 세종에서 5년,

그리고 다시 고향 아산으로 작년에 이사를 온 것이다.


서울에 가기 전에 천안에서 10년 정도를 산 것을 생각하면

무려 40여년 만에 고향에 와서 사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집이 있는 고향은 너무나 조용하고 고요할 뿐이다.

동네를 안고 있는 저수지에는 아직도 그 흔한 카페하나 식당 하나

없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 동네는 개발제한지역이기도 하지만, 근처에는 공장만 몇개 있고

사람이 와서 살만한 편의 시설이 너무 없다보니 젊은이들은 아예 고향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작업실을 엄마집 근처가 아닌 온양시내에다 차라리 얻을 걸

하고 후회도 했다.

답답하면 걸어서 카페도 다니고, 밥하기 싫으면 식당에서 밥도 사먹던 그동안의 도회지 생활에

비하면 너무 힘든 생활환경이였던 것이다.


나이가 먹으면 시골이 좋아진다고도 하지만, 나는 태생부터도 시골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는지

여고시절부터 시골이 집인 것이 그렇게 싫었던 기억이 난다.

시내에 사는 친구들은 걸어서 학교에 오고, 학교가 끝나면 걸어서 시내에 있는 집에도 가는

그런 환경이 난 참 부러웠던 것이다.

기차를 기다리며 추운데 역전에서 오들오들 떨어야 하는 겨울도 힘들었고,

하루에 기차가 몇대 다니지 않는 장항선 완행열차가 서는 집에를 갈려고 하면

어떤때는 학교에서 부터 뛰다시피 역전을 향해 달려야 했다.


그 막차를 놓치면 시내에서 부터 집까지 갈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는 여고생이 혼자서 택시를 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던 시절이였고,

나 역시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런 교통혜택은 생각도 하질 못했다.


그래서 시내에 사는 친구집에 피아노가 있고, 그 집에 가면 자가용도 있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도 시골에서는 부잣집 딸 소리를 듣고 사는데, 친구네 집과는 비교가 않되는 상황이였다.


비오는 날이면, 난 친구네 집에 일부러 놀러를 갔다.

그 친구의 피아노 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였고,

나로써는 그런 걸 배워본다는 것은 꿈도 꾸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였다.


교회에서 혼자 쳐보던 풍금이 전부였던 나였고, 음악에는 전혀 소질도 없어서

찬송가를 배워 볼까 하다 그만 둔 나와는 달리 친구는 쇼팽과 브라암스의 음악을 자유자재로 치는

멋진 친구였다.


여고시절에 친했던 친구들과 방송 작가 일을 하면서 ......... 그리고 나의 길을 가면서

20년이 넘도록 거의 만나질 못했었다.

그러다가 참다 못한 친구들이 작년에 세종까지 나를 급습해왔다.

우리는 하루밤을 꼬박 새다 시피 했고, 다시 우정의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는 아니지만 신청호와 온양 근처의 카페를 돌아다닌다.

피아노를 잘 치던 친구는 내 작업실에 와서 부럽다를 연발했다.

"너는 이렇게 혼자 글쓰는 집도 따로 있고 얼마나 좋으니.... 난 남편하고 딸하고 아들하고 매일 같이 살아야

하니 내 공간이란 것은 꿈도 꾼 적도 없다, 혼자 사는 게 부럽다 부러워 ..."


친구는 세종에 와서도 혼자 사는 날 부러워 했는데,

또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친구의 부러움은 다 진짜는 아니다.

혼자 살아도, 글쓴다고 30년 넘도록 돌아다녀도, 자기가 본 친구의 모습은 그다지 부러운 모습만은

아닌지 ......

때로는 뭐라고 투달거린다.


다는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친구가 혼자 사는 나를 늘 걱정한다는 것을....

꼭 우리 가족들 같이 말이다.


작가가 그렇게 좋으니

너는 하나님이 그렇게 좋으니


친구는 두가지만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말했지만, 그 두 가지가 내가 혼자 평생을 살아온 이유는 다는 아니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 생신날, 가족들과 점심을 나누고,

혼자서 노트북을 들고 아산 신정호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간다.


그리고 생각한다.

여기 처럼 우리 동네 호수에도 카페가 좀 많았으면 하고

그리고 사람들이 저렇게 아름답게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다니고 하면 좋겠다고.


사람이 사는 동네에는 사람이 있는 것이

빈 동네보다 훨씬 정스럽다.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파는 가게나 상점이 있는게

없는 것 보다는 훨씬 편하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깨달았다.


개발에 떠밀리고 부동산 정책에 밀린 소외된 시골 생활 그래서 노인들이 동네의 인구의

80퍼센트가 넘는 농촌생활,

나도 어쩌다가 그 속에 들어왔다.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아무도 없는 동네는 폐허다.

그러나 오래 함께 몇 대째 함께 사는 친척과 이웃들이 나와 그들의 담장을 이어주는

시골도 나름 살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러나 작은 바램이라면 같은 호수라면 우리 동네 호수에도 카페도 생기고

맛집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웃고 떠들면 좋겠다.

그리고 그림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자주 와서 멋진 예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아산 신정호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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