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엔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었는지,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 풀숲에 이슬이 풀잎마다 대롱대롱 매달려 하모니카를 불 때 보던 음표처럼 상쾌했다.
나는 하모니카를 불 때마다 ‘아빠하고 나하고 앉은 꽃밭에... “라는 노래를 잘 불렀는데, 그 노래가 하얀 얼음 구슬 같은 이슬을 보자, 내 입에서 저절로 흥얼거리며 나왔다.
그날은 내가 학교에 지각한 날이었다. 유월 아침의 풀잎을 손으로 매만지며 이슬을 신나게 털면서 나와 내 친구 연이는 책가방을 이리 둘러메고 저리 둘러메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내년이면 6학년에 오르면 졸업이다 보니 책가방은 가방 끈이 나달나달 하지만, 그래도 빨간 이 가방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유일한 책가방이다. 아버지의 작은 아버지이신 작은할아버지가 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할 때 선물로 사 준신 가방인데 그날을 학교 다니는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1964년 3월에 난 그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것이니 그 시절 시골에서 빨간 책가방은 거의 보물이나 다름없는 신적 존재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빨간 책가방을 잃어버릴까 봐 쉬는 시간에도 끌어안고 있었던 적도 있는 가방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가방에 꿩을 잡아 가지고 학교에 갈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연이와 내가 서울 집 과수원 울타리를 막 지나갈 때였다. 과수원을 둘러싼 들장미가 하도 예뻐서 나는 그날도 또 연이의 걸음에 뒤쳐져서 들장미가 몇 송이씩 모여서 피어 있는지, 시들은 것은 없는지 요리조리 살피면서 그 과수원 울타리를 훌 듯이 살피면서 걸어가는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들장미 가시덤불 사이에서 꿩 한 마리가 뒤뚱뒤뚱거리며 날지를 못하고 걸음을 절뚝이고 있었다.
내가 낮게 몸을 숙이고 가까이 가서 그 꿩을 보니 황갈색의 날개를 가지고 꼬리가 긴 새였다. 내가 팔을 흔들며 손으로 꿩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손을 뻗쳐도 꿩은 눈이 장님인 것처럼 날 보지 못하고 가만히 풀숲에 앉아만 있었다. 긴 꼬리만 이리저리 살짝 흔들뿐 별다른 동작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뾰족한 부리에 빨간 머리통에 목은 검푸른 코발트 빗이 나는 짧은 털을 가지고 있었고 흰 띠를 두른 듯이 목은 희고 온몸은 약간 통통한 것이 꼭 우리 집에 암탉처럼 순하고 예뻤다.
나는 내가 들장미 넝쿨에 손을 뻗고 그 꿩이 잡일지 안 잡힐지 몰라서 무조건 손만 뻗어 대며 살 그 마니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은 두렵고 떨리는 것이 혹시나 이 새가 날 물지는 않으려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나는 갑자기 그 꿩이 왜 움직이질 않는지가 궁금해서 두어 걸음을 나도 새처럼 가볍게 걸어가보았다. 그러자 풀숲에서 웅크리고 있던 꿩이 뒤뚱거리며 두어 걸음 걷더니 다시 푹 하고 쓰러지듯이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나는 순간 그 꿩이 다리를 다친 것이라고 믿었다. 연이는 앞서서 가다 말고 내가 보이지 않자 다시 뒤돌아와서 내가 꿩을 잡으려 하는 것을 보고는 고함을 질렀다.
“야, 너 그거 못 잡아, 꿩도 날쌔다. 어제도 울 아버지가 산에서 꿩 잡으려고 새총 갔고 나갔는데 못 잡아 왔어.”
“쉿, 나 재 잡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재가 날지를 못해서 지금 손으로 잡아서 상태 좀 보려고 해”
“뭐, 네가 의사냐, 새 상태를 보게.”
“응, 다친 거면 내가 학교 데리고 가서 선생님한테 말해서 머큐로크롬 발라 줄려고.”
“아유, 이 멍청이야. 머큐로크롬은 학생들 바르라고 있지, 꿩 발라주라고 있다냐, 너 선생님한테 공연히 야단만 맞지. 학교 빨리 가야 해 늦었어 우리 지금. 저 앞에 얘들 다 갔잖아.”
연이가 화를 내며 태어나서 처음 신은 운동화로 먼지가 뽀얀 황톳길을 발로 비볐다. 학교에 늦으면 혹시라도 담임 선생님이 매를 한 대 때리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애는 마음이 벌게졌다.
나도 급하긴 매한지지만 그래도 난 꿩이 주저앉아서 날지를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그 꿩을 잡아다 머큐로크롬나 연고를 발라주면 날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해서 일단은 잡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꿩은 알을 품은 듯이 고요히 있더니 다시 두어 걸음 뒤뚱거리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다리에 상처가 보였다. 무엇에 물렸는지 약간 살점이 뜯어져 나간 흔적이 보인 것이다. 아무래도 꿩이 날지 못하는 것이 부상 때문이라는 생각이 난 확실히 들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꿩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연이를 못 따라오게 하고 최대한 낮은 포복을 했다. 그리고 손으로 꿩을 잡으니 뭉클하고 따듯한 새의 깃털이 잡히고 두 손을 포개서 안으니 희한하게 꿩은 날개를 푸드덕 조차 안 하고 가만히 내 손에 잡혀 작은 내 가슴에 안겼다. 새의 몸이 따스하고 작아서 난 가슴이 새가슴처럼 떨렸다.
“야, 잡았다. 잡았어”
연이가 늦었다는 학교를 뒤로 하고 신기한 듯이 내 옆에 탈싹 달라붙어서 꿩의 깃털과 머리를 만져보며 신나 했다. 나는 꿩의 발을 살펴보니 역시 발이 무엇에 걸렸는지 살점들이 파여 있는 걸 보니 과수원 울타리의 철조망에 걸렸던 것이 분명했다.
“학교에 가면 소사 아저씨가 아까징끼 발라줄 거야, 가지고 가자.”
내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안 맞는 것도 같은지 연이는 눈만 꿈뻑이다가 그 똑똑한 머리로 계산을 해보았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래, 우리가 지각한 것이 다리 다친 꿩 때문이라고 하면 선생님도 봐줄지 모르니까 그럼 가지고 가자, 그런데 학교까지 게가 안 날아갈까, 어떻게 들고 가니 아직도 한 삼십 분은 더 걸어서 가야 하는데.”
내가 볼 때는 학교 운동장의 두세 배는 더 넓게 보이는 저수지를 다 돌아야 초등학교인데 정말 거기까지 이 꿩을 안고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그것도 까마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 순간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은 내 빨간 책가방에 꿩을 넣고, 앞에 가방 뚜껑을 잘 잠그면 그게 제일 안전할 것 같았다.
“야 연이야 , 네가 잠깐만 이 꿩 좀 가지고 있어 봐. 재를 어떻게 가지고 학교까지 가야 하는지 생각났거든.”
“아휴, 난 좀 무서운데.”
“뭐가 무서워. 나도 했는데, 넌 집에서 너희 엄마가 닭 도끼로 머리 치는 것도 봤다며, 얘는 살아 있는 이쁜 새야 괜찮아, 물지도 않잖아 지금.”
“그 그럼 줘봐, 어떻게 하려고.”
“응, 좋은 생각이 났어. 내 책가방에 넣어서 메고 갈려고”
“뭐, 그러다가 꿩이 네 가방에 똥 하고 오줌 싸면 어떡해 책 다 버리잖아. 공책이랑.”
“그러니까 내 책하고 공책은 내가 안고 가고 꿩은 가방에 넣어서 메고 가면 되는 거지 짱구야, 꿩이 똥 하고 오줌 누우면 내가 집에 가서 가방 빨면 되는 거지 뭘 그래.”
난 갑자기 호기롭고, 멋있는 성우라도 된 듯이 라디오의 어린이 연속극에 나오는 어떤 성우 같은 흉내를 내며 멋진 표정도 지어 보였다. 난 평상시 내가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또 선생님이나 동네 어른들이 넌 착하다 착해하는 칭찬이 공부를 잘 못하는 내 열등감을 씻어주는 유일한 칭송이었기에 그런 일은 종종 내게 부담스럽고 힘이 들어도 애써 그 착하다는 일을 하고는 했다.
연이는 얼굴도 무척 예쁘고, 공부도 3등 정도 했지만, 나는 언제나 15등에서 17등 사이였으니 그 차이는 너무나 대단했다. 반 학급 전체가 63명에서 내 점수는 너무 터무니없다고 아버지는 나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없었던 터라 나는 착한 맏딸에 기준을 두고 살았기에 엄마의 살림살이는 거의 내가 다 도왔다.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마당에서 샘에서 양동이에 물을 나는 일도 내가 주로 다 했지만, 내가 빼놓지 않고 노는 시간은 라디오에서 하는 ‘어린이 연속극’ 시간이었다.
네모난 도시락 같은 쇠통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와 성우들의 목소리는 내 유일한 꿈의 탈출구 같은 소리들이었다. 특히 아주 근엄하거나 멋지게 세련된 소리를 내는 서울 말씨는 내게는 달나라의 토끼처럼 나도 저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술 상자였다.
그래서 나는 연속극 시간이 되면 동생들에게 라디오를 절대 뺏기지 않고 마당의 흙으로 만들어진 토방이나 마루에 앉아서 때로는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어린이 연속극’을 빼놓지 않고 들었던 터라 성우에 흉내를 좀 냈다.
난 내가 어쩌면 서울에 가서 살지도 모르고, 그때는 방송국이란 곳을 꼭 가서 저 성우들이 어떻게 저렇게 사람의 흉내를 그렇게 기기 막히도록 잘 낼 수 있는지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늘 했다.
그리고 아이들하고 놀 때면 성우 흉내도 가끔씩 내 보았는데, 갑자기 꿩을 잡고 나서 내가 뭔지 으쓱하는 기분이 좀 들었던 것인지 목소리에 약간의 힘이 나면서 고음으로
들뜬 소리를 냈다. 내가 이상한 제스처까지 하면서 고음을 내자 연이가 기분이 나쁜지 꿩을 냅다 잡더니 자기 품에 안았다. 난 하는 수 없이 연이에게 낮은 자세를 취하며 꿩을 다시 얻을 심산으로 가방에서 책과 공책을 모조리 꺼내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연이에게 아주 처연한 표정을 보이며 손을 내미니 연이가 그래 이건 네가 잡은 거니까 네가 가지고 가라 하고는 꿩을 내 품에 안겨줬다.
난 할아버지의 밥그릇인 커다란 사기그릇보다 더 조심스레 꿩을 받아서 빨간 책가방의 긴 뚜껑을 열고 그 안에 그 새를 조심스레 넣었다. 그리고 가방의 잠금 장치인 철 단추를 채우고 나니 가슴이 심히 떨려왔다.
가방 안에서 새가 가만히 있을지 걱정이 된 것이다. 숨을 못 쉬고 죽으면 어쩌나 그것도 순간 걱정과 불안이 몰려왔다.
우리가 꿩을 데리고 교실에 들어 선 것은 다행히 아침 조례 시간 전이였다. 키가 큰 반장이 우릴 보더니 아침 자습시간에 늦었다고 뭐라고 했지만, 나와 연이는 꿩 때문에 아무 말 못 하고 자리에 무조건 달려가 걸상에 앉았다.
그런데 문제는 가방에 꿩이 문제였다. 수업 시간에 이 꿩이 가방 안에서 가만히 있을 리도 만무고, 우선은 다리에 아까징끼를 발라 주어야 하는데, 학교 소사 아저씨에게 내가 꿩을 가지고 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난 조바심이 났다.
그때 꿩이 가방에서 푸드덕 대더니 꿩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반에 아이들이 놀라서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꿩꿩”
모두가 기절할 듯이 교실을 뒤지듯이 둘러보고 날 쳐다봤다. 그때 기지를 발휘한 것은 대담한 연이였다. 얼굴이 새빨개진 나를 뒤로 하고 연이가 내 가방을 열었다. 놀랍게도 꿩이 내 빨간 가방에서 푸드덕하고 날갯짓을 했다.
“와아...... ”
아이들의 함성이 교실을 떠나게 소리를 질렀다. 특히 남학생들이 갑자기 발을 구르고 웃고 , 나와 연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키 큰 반장 홍석이가 선생님의 채벌 막대기를 들고 있다가 그걸로 휘저으며 남자 애들의 접근을 막고 나섰다. 교실이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