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내가 잡은 꿩은 어디로 갔을까'

제 2화.

by 권길주

반장 홍석이는 역시 반장다웠다. 남학생들의 기선을 채벌 막대기로 잡고는 얼굴의 표정이 꼭 선생님처럼 의젓했다. 그리고 우선 내 가방에 들어 있는 꿩을 안고 나와 연이를 복도로 불러냈다.

“너희들 이 꿩 어디서 났니?”

“응 은주가 잡은 거야”

연이는 우선 자신의 발목을 빼야 만약의 사태에 혹시라도 선생님께 매를 맞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를 쓰느라 얼굴이 붉어졌다.

“야, 너 희한하다. 어떻게 여자가 꿩을 다 잡니?”

“응, 재는 지금 발이 다쳤거든”

나는 재빠르게 말하고는 반장 홍석이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반장에게 가방에 있는 꿩을 너무 꽉 끌어안고 있지 말라고 말했다.

“너무 꽉 잡고 있으면 숨이 막혀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빨리 학교 소사 아저씨한테 가서 머큐로크롬 발라 달라고 해줘. 발에 상처가 크거든.”

“알았어. 일단은 내가 네 가방까지 들고 교무실에 가서 담임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선생님이 허락하면 소사아저씨가 머큐로크롬을 발라주겠지. 자, 일단 너희 둘은 교실로 들어가. 얘들이 너무 시끄럽잖아, 지금 꿩 때문에.”

의젓하게 굴던 반장 홍석이도 갑자기 웃음이 터졌는지 가방에서 푸드덕대는 꿩을 살피며 킥킥대고는 우릴 보고는 웃어 댔다.

꿩을 일단 반장 홍석에게 빼앗기자, 나는 마음이 조금 힘들어졌다. 저 꿩을 교무실에 맡기게 되는 건지, 선생님이 나한테 돌려줄 건지.... 약간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얼른 반장 홍석이에게 말했다.

“홍석아, 선생님한테 가서 보고 하고 나한테 꿩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라. 날려 보내지 말고, 잘 못 걸으니까 뱀이 잡아먹을 수도 있잖아. 우리 집 닭장에다 놔두면 안 될까. 잘 날을 때까지만”

“응, 그건 내가 잘 모르지. 담임 선생님이 학교에 이런 새를 잡아 왔다고 소독만 해주고 날려 보내라고 할지도 모르지. 기다려 내가 일단 이 꿩 가지고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머큐로크롬도 발라달라고 해볼게.”

연이는 벌써 교실에 들어가고 없는데, 나는 반장 홍석이가 내 빨간 책가방을 들고 복도를 걸어서 교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 안에 들어가니 연이를 둘러싸고 남학생 여학생들이 우리가 꿩을 잡아 온 경위를 듣느라 시끌시끌했다. 더구나 장본인인 내가 들어가니 시골에 남학생들의 짓궂은 장난은 놀림과 야유로 더 야단이었다.

“야, 너 아예 산토끼를 잡아 오지 그랬니”

“나는 새를 잡는 은주, 대단하다 대단해. 난 꿩 잡으러 산에 갔는데 한 번도 못 잡았는데.”

“꿩꿩, 여자애가 무슨 꿩을 잡냐? 아예 사냥꾼으로 나가라 나가. 공부하지 말고 크크크”

남학생들의 야유나 장난이 나를 불편하고 창피하게도 했지만, 난 우선은 교무실로 간 꿩이 더 궁금했다. 그래서 난 반장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긴장을 하고 교실에 앉아 있었다. 반장은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반 아이들을 채벌 막대기로 교탁을 탁탁 두리리며 집중시켰다.

“자, 금방 선생님 들어오신다고 했으니까 조용하고,”

반장의 말이 다 마치기도 전에 담임선생님의 반듯한 피부가 반짝거리며 교실문을 금세 열었다. 그리고는 맨 먼저 나의 얼굴을 쳐다보시더니 약간은 참지 못할 웃음을 웃으셨다. 아무래도 교무실에서도 꿩 때문에 한바탕 선생님들이 웃으셨던 것 같다.

시골의 초등학교에 무슨 별난 뉴스거리도 없거니와 찾아오는 학부모도 일 년 내내 거의 없는 상황에 여학생이 발 다친 꿩을 등굣길에 잡아가지고 온 사건은 아무래도 선생님들 간에도 교무실에서 화제였을 것이다.

연이는 선생님의 터져 나온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아침 내내 긴장을 했던 숨이 한꺼번에 쉬어지는 것 같았다.

“이은주, 너 누가 꿩 같은 거 잡아서 학교 오랬어. 짜식 너무 재미있네. 연이 너도 같이 있었다며.”

연이는 선생님이 웃는 모습을 봐서인지 자기도 그 일에 가담한 것을 갑자기 자랑스러워하듯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답을 이쁘게 하려고 목소리에 약간의 애교를 섞었다.

“네 선생님 은주가 잡은 거 저는 같이 돕기만 했어요. 꿩 다리 다쳐서 가져온 거예요.

선생님. “

“음, 알았다. 잘했어. 자 그럼 꿩은 약 발라줬고, 학교 사택 부엌에 일단 잘 가두어 놓았으니까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말고 오늘 학교 안 온 녀석 있나 자기 짝 잘 봐라.”

“선생님, 그럼 꿩은 산에 가는 거예요. 아니면 은주네 집에 은주가 데리고 가는 거예요.”

역시 똑똑한 정섭이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해댄다.

“그건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하고 얘기해보고 이따 결정해 줄게.”

와아, 아이들의 함성이 터졌다. 꿩이 산에 다시 갈 건지, 내가 데리고 집에 갈 건지가 아이들에게는 하루 종일 제일 궁금한 일이 된 것이다.

나 역시 숨이 탁 하고 막히면서 가슴이 콩당거렸다.


담임 선생님의 산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첫 수업을 엉망으로 하고 난 쉬는 종이 울리자마자 사택의 부엌을 향해 연이와 달려가보았다. 시골 학교 사택은 젊은 총각 선생님인 4학년 담임 선생님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에는 여러 선생님의 점심을 학교 소사 아저씨가 된장찌개나 간단한 국 정도를 끓여서 같이 해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선생님들도 대다수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점심을 먹을 때였지만, 학교의 사택이나 교무실에 딸린 취사 코너에서 가끔씩 찌개나 국 정도를 끓여서 점심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학교 근처에 짜장면 집 하나도 없는 깡 촌 마을에 초등학교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가끔씩 잘 사는 학부모가 해다 주는 떡이나 잔치 음식은 선생님들에게는 특별한 별미였다. 더구나 학교 선생님이라고는 열명도 채 안 되는 분교의 학교에서 점심 외식이라고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자가용 한 대도 없는 선생님들 역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오토바이조차 타는 선생님은 한 명도 없었다.

연이와 나는 꿩의 있는 사택의 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나무로 만든 사택의 부엌 바닥에는 흙이 있고, 불 때는 아궁이가 있고, 부뚜막에는 석유난로가 한 대 있었다. 나의 불길한 예감은 그 석유난로를 봤을 때였다. 그 석유난로와 그 위에 얹어진 커다란 냄비를 보자 나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했다.

시골에서는 산에서 꿩을 잡아오면 대부분 꿩 잡아서 요리를 해 먹는다는 걸 어린 나도 알고 있었기에 내가 잡은 꿩이 사택의 부엌에 그리고 석유난로와 커다란 냄비가 있는 곳에 얌전히 엎드려 있는 게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니야, 설마 선생님들이 꿩을 죽이시진 않을 거야.”

나는 혼자서 중얼댔다.

“야, 아무래도 선생님들이 꿩 잡아먹으려고 여기 사택 부엌에 가둔 거 같은데.”

머리 좋고 똑똑한 연이가 내 불길한 예감에 불을 붙이듯이 한마디 던졌다.

“아니야, 그럴 리가 있니. 선생님들은 피나는 거 못 잡을걸. 공부만 해서.”

“무슨 소리야, 학교에 소사 아저씨 있잖아. 아저씨는 토끼도 가끔씩 잡아서 선생님들 토끼탕 해준다고 누가 그러던데. 닭은 기본으로 잡고. 지난번에 육성회장 하는 홍석이 아버지가 닭을 몇 마리나 가지고 왔다고 그러던데. 그래서 홍석이를 반장 시킨 거라고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야.”

연이는 있는 말인지 없는 말인지 모를 소리를 해대며 꿩을 살피다가 2교시 시작종이 울리자, 달리듯이 먼저 교실을 향해 뛰어갔다.

나는 가만히 사택의 부엌에 있는 꿩을 보다가 알 수 없는 눈물을 한 줄기 흘렸다. 무슨 이상한 마음인지 몰라도 여기는 아무래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 순간 나는 꿩을 잡아서 학교에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울집 과수원 울타리 풀숲이 더 안전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잡아가지고 왔네,

머큐로크롬이 문제가 아니었어. 어떡하지. 반장 홍석이 보고 도로 달래서 공부 그만하고 집에 가지고 갈까, 아니면 아까 거기 풀숲에 갔다 놓을까. “

나는 혼자 중얼대며 머리를 푹 숙였다. 방법이나 대책이 통 서질 않았다. 담임 선생님께 꿩을 도로 달래서 조퇴를 하고 집에 간다는 말을 했다간 야단을 맞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단 담임 선생님과 이하 다른 선생님들을 믿어보기로 하고 2교시 교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늘 수업은 4교시가 끝이다. 빨리 끝나고 꿩을 데리고 집에 가서 보살펴 주고, 꿩이 낳으면 다시 서울집 과수원 풀숲에 놔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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