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강은교 시인

by 권길주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妻女(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萬里(만리)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人跡(인적)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나의 소소한 말들 ... 너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차오르면 산보다는 물이 좋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날, 아니 어쩌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우울증약이라도 지어 먹고 싶은 날,

신정호수의 카페에서 오후의 반짝이는 물이랑을 보고 있다.

그리고 떠오른 시를 옮겨 써봤다.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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