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시 (연재)

15. 겨울 연가

by 권길주

어느 목사님이 설교에서 말씀하신다.

엄마가 천국을 가신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엄마랑 살던 집에 아직도 들어가질 못했다고.


옆방에 사시던 엄마의 체온, 그리고 아침마다 나누던 손인사

그런 것들이 너무나 그리워서 차마 집에 들어가시질 못하신다고 ....


또 어느 사모님은 내게 말씀하신다.

지금 엄마 아버지 모시고 사는게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자신은 엄마가 살아계실때 가끔씩 엄마가 자신을 너무 간섭해서

소리를 지른게 지금도 그렇게 후회가 된다고.

막상 생각나서 돌아보면 옆에 안계시다고.


나도 가끔씩 엄마가 애교똥을 싸면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나도 엄마가 천국에 가시면

집에 못들어가고 떠돌아 다닐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엄마 아버지가 살아 계시고

엄마는 뇌경색이시고

아버지는 전립선 말기암이신데도


가끔씩 너무 집을 나가고 싶고

어디 멀리 외국이라도 가서 자유로이 살고픈

이 불효의 막장 같은 도망에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가서 서럽기까지 한

자유없는 세월이

나를 겨울에 가두려할 때

나도 그리움으로 집을 나가서 떠도는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


가슴속에서 사랑이 사그러질때

가끔은 내 마음이 요동하려 할 때

거실에서 혼자 나를 기다리는 엄마를 부둥켜 안고

장난을 치고 이상한 춤을 추면서 엄마를 웃기면

본시 차가운 엄마가 너 왜그러냐 하고 웃어대신다.


어제도 외출해서 돌아오니 엄마는 거실에서 혼자

서산에 지는 노을만 보고 계셨다.

그냥 엄마가 애기똥을 싸긴 싸도 거기에 그렇게

항상 계시면 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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