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시 (연재)

22. 새벽 2시 반에 작업실에서 나왔다

by 권길주

가로등이 하나밖에 없어요

집은 다섯채이구요

나는 그곳에 세들어 사는 무명의 작가지요


다 새집이고 전원주택들 이지만

팔린집은 한채 밖에 없어요

그 중에 내작업실도 있지요


교인들이 내작업실이 너무 좋다고

약간의 호들갑도 떨지만

난 읽을책도 별로 없고

이곳이 너무 적적해서 별로예요


오늘은

저녁에 늦게 들어왔다고

아버지께 혼나고 (6시에 도착했는데)

삐져서 투덜데며 설것이 하고

7시쯩 야산을 돌아서 작업실에 왔지요


와서 전화받고 기도하고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 글 읽다가

창밖을 보니 눈발이 사나운거예요


밤새 눈이라도 더 내리면

저 많은 눈을 쓸수도 없고

나야 여기서 하루라도 고립되서

마음껏 내 글 쓰고 싶지만


아픈 엄마 걱정반

내가 없으면 당장 밥해드셔야 하는

아버지 걱정반


서운할때도 많지만

눈때문에 이래 걱정 저래 걱정으로

결국 밤 2시 반에 내 작업실을 나왔어요


새하얀 밤길을 걸으니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지고

마음이 환해지는거예요


오다가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조간신문을 들고 택시로

새벽 4시에 매일 방송국에 다녔던

34살 그때가 너무 그리워졌어요


라디오 헤드라인 뉴스를 쓰던 때였죠

나는 그때도 밤길이 무섭고

지금도 그래요


내일 우리 교회 교인들이 서울역 노숙인분들

겨울옷갔다 준다고해서

동네에서 옷 한보따리 겉어서

교회에 갔다 놓고 왔는데

눈이 이렇게 밤새 오면

내일 아니 오늘이지요

교인들이 서울역에 옷이랑 먹을거 방한용품

가지고 기차 타고 아산에서 갈수 있을런지요


서울역에 계신 그분들도

그리고 늙으신 내 부모님도

그리고 나도


다 사느라고 새벽에도 눈부비고

글쓰고 농사짓고 출근하고

다들 눈물겹게 살았는데

올 겨울은 왜 유난히 더 추울까요


이 밤에도 서울역에 계신분중에

누군가는 추위에 심장이 얼지도

모르겠어요


사는게 힘든 사람들이 많아서

잠이 안오는건지

내가 사는게 힘든건지 잘모르겠어요


이 밤에는 서울역 지하차도에만

눈 대신 하얀 거위털 이불이

수천장 노숙인들 몸위로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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