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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Nov 30. 2022

벌면서 배웁니다

팔, 다리 가진 것처럼 누구나 다 가진 목소리이지만 이게 직업이 되는 일은 성악가나 성우 같은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그나마 스피치라는 영역에서 직업이 아니라 전문성을 높여주기 위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역할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여간 이 부분들이 나에게는 잘하면 좋은 것, 아니라도 크게 상관없는 것의 영역이었는데 언택트 시대가 되고 보니 유독 얼굴만큼 목소리가 이미지를 많이 좌우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무래도 비대면에서는 목소리를 통해 상대방의 타고난 성품이나 분위기를 가늠하게 되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그러니까 "목소리가 참 좋아요~"라던가 "딕션이 굉장히 좋아~" 같은 말은 단순히 목소리만의 칭찬은 아니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은 말투에서 상대의 성향을 가늠해보곤 하는데 가끔 이 말투보다도 목소리에서 호감을 먼저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독서모임에도 그런 회원이 한분 계신데 어찌나 목소리가 좋으신지 전문 스피치 교육을 받으셨거나, 성우 출신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알고 보니 전혀 그런 교육을 받으신 적이 없었다기에 너무 아까운 목소리라고 격려해드렸더니 용기가 나셨는지 지금은 낭독을 배우고 계신다.


몸은 오프라인에 있고, 정신은 온라인에 8할을 둔 생활을 한 지 오래된 내게도 목소리는 일부분 걱정거리이면서 또 종종 칭찬거리가 되기도 했다. 목소리가 가는 편이라 오래 말하면 무리가 되곤 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단련이 된 것 같기도 하다(이게 단련이 될 수 있는 영역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런 부분이 극복된 것은 컨디션에 플러스가 될 뿐이지 그 이상의 쓰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녹음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프리랜서다 보니 마케팅도 해야 하고, 기획도 해야 하는 등 멀티가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SNS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고, 몇 달 전부터는 유튜브도 시작했었다. 구독자 100명도 안 되는 채널을 누가 보겠나 싶어 이것저것 올려보고 좋아하는 책 소개도 해보고 영상 업로드를 열심히 하다 보니 우연한 기회들도 생겼다. 그중 하나가 최근 제안받은 오디오북 녹음 건인데 그제야 내 목소리도 쓸만한 목소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더랬다.


전문 낭독가도 아니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벌면서 배울 수 있는 이만한 기회가 어디있겠나 싶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해보니 역시 실수투성이에 목소리만 좋아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톡톡히 느꼈지만 어쨌거나 무사히 녹음을 마무리했고, 그 덕분에 수입도 생겼다.


녹음했던 책의 종류가 자기 계발서였는데 내용 중 "벌면서 배우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번의 내 경우처럼. 사실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 제안을 주신 것도 고마웠던 터라 돈은 일반 성우들이 책정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지만(얼마를 받겠다고 해야 할 지도 감이 없었다) 벌면서 배운다는 의미로 내게는 아주 값진 경험이었다. 덤으로 이것이 하나의 이력으로 남으니 다음 기회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하게 되니까.


최근 본인의 재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듣고도 흘려버렸었다. 어쩌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 가진 끼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이니까 조금이라도 잘하는 거 다 적어보고, 버킷리스트도 적어보자! 혹시, 내년에 어떤 기막힌 기회에 쓸만한 재능을 발휘할지도 모르니.



아무튼, 그렇게 번 돈은 다시 일부분 미래에 투자했다.

12월에는 난생처음 낭독 모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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