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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Sep 22. 2023

1화. 나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도대체 돈을 어디에 쓴 걸까?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다른 무엇보다 큰 장애물이 '솔직함'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솔직하게 써야 할지 감이 없어서 지난날 이야기, 속상했던 이야기, 아이 키우면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내 모습 같은 이야기들을 썼다. 실컷 쓰고 나서 보면 '이거 이대로 괜찮을까?' 늘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전에 비하면 훨씬 수월한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망설여지는 부분들이 있다. 사실 이번에도 브런치에 새로운 소재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전 브런치 수상작품 중 책으로 출간된 <소비단식 일기>라는 작품이 있는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 상황이라 나의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직 이 책의 저자만큼 까발릴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나만의 소비단식 일기가 먼 훗날 누군가에게 또는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남겨볼까 한다.








제9회 브런치 대상 수상작 <소비단식 일기>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된 건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나는 이 책을 구독형 도서 플랫품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읽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가 될 때까지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인상 깊었기에 잘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소비 패턴에 감정 소비가 제법 잦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름의 데드라인을 지키며(빚지지 않을 만큼) 살림을 운영했다고 생각했다.

'빚 없으면 돈 관리 잘하는 것'이라는 크나 큰 착각속에서 말이다. 그런데 아니라는 것을 단단히 마주하게 됐다.




장담하건대 이런 소재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거나 내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빚도 좋은(?) 빚이 있고, 나쁜 빚이 있겠지만 '빚'이란 것이 사람 마음을 편하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미쳤어, 이 돈을 내가 다 썼다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겠지만 나 역시 최근에 놀랄만한 숫자를 보고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돈을 쓴 항목이 많으면 카드 청구서 상세내역 종이도 길어진다. 차마 금액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할부 항목이 열 가지가 넘었고, 카드 청구서는 4페이지를 훌쩍 넘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내역 중에는 옷을 사거나, 사치품을 산 것이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달은 이마저도 없었다. 



남편과 아들의 옷은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아직 아이가 요구하는 브랜드 같은 것이 있는 나이가 아니라 그런 쪽으로는 소비가 없는 편이다. 나 역시 집에서 일하는 날이 대부분이고 편한 옷만 찾게 된 지 오래되어 이쁜 옷을 찾아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옷을 산 것도, 여행을 다닌 것도 아닌데 카드 청구서의 금액은 말도 안 되게 많았던 것이다.



열어보기도 겁난 청구서를 요목조목 뜯어볼 자신감은 더더욱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것에 핑곗거리가 없진 않지만 그래봐야 핑계 아닌가 싶었다. 고정지출도 변동이 생긴 지 몇 달이 되었는데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나마 심플하게 운영해 오던 나의 소박한 가계부는 이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야!"



받아들이기로 했다.(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ㅠㅠ) 

일단 소비패턴을 보고 왜 이런 사태가 되었는지부터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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