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적정 생활비는 얼마일까?
"티끌 같은 빚이 태산 같은 빚이 된다"
저축한 금액이 늘어날 때 쓰는 속담을 빚에 쓸 줄이야. 나의 마이너스 플러스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나의 자잘했던 빚이 태산 같은 빚이 될 조짐이 보여 시작된 것이다. 이대로두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남편이 자영업자라서 생활비를 일정한 날짜에 나누어서 주다 보니 신용카드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졌었다. 나름대로 카드는 하나만 사용해 왔기 때문에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잘 관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초 여러 가지 이슈가 생기면서 관리를 소흘리 하게 됐고, 전반적으로 오른 물가를 고려하지 않아 마이너스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 더 강력하게 제한을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단 한 번도 체크카드로 생활비를 써보지 않았던 내가 9월부터 생활비를 체크카드에 넣어놓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재테크 도서를 읽어도 신용카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들어했던 나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변화 포인트다! 거기에 더해 간단한 소비기록도 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고정지출과 남은 돈 정도만 기록해 두었는데 일일 소비기록까지 해보기로 한 것. 가계부라고 말하기는 민망하고(난 가계부를 1년 채운적이 없으니까 사지 않기로 했다) 가방에 들어갈 작은 수첩에다 그날 쓴 것만 기록하기 시작했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잔액을 바로 인지할 수 있지만 그래도 소비기록을 하면서 남은 돈을 한번 더 상기시키게 되니 소비를 조절하게 되는데 효과가 있었다. 사실 이마저도 이틀, 삼일 미루는 날도 있었는데 몰아서 쓰더라도 썼다. 다행히 소비를 조절하면서 지출 내역이 많이 없으니 몰아서 써도 크게 쓸건 없었다.
날것 그대로의 내역;;;
아, 너무 부끄럽다.ㅋㅋ
보통은 주간으로 잘라서 금액을 관리하던데 나는 10일을 기준으로 예산을 잡았다. 10일 동안 30만 원으로 살고 총 90만 원을 잡았다. 큰 이유는 없고, 하루 3만 원으로 딱 떨어지는 금액이라 계산이 쉬울 것 같아서 그랬다. 20일을 잘 해낸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 같은 것도 썼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왼쪽에 글은 가렸다;;
사진은 빼고 글로만 기록을 할까 하다가 진짜 나처럼 돈 관리를 하던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려본다.
신용카드 사용은 빨간 글씨.
신용카드를 전혀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단 우리 집에서는 외식비, 식재료 지출이 큰 편인데 주유비나 오일 교체비 같은 차량 관련 비용들까지 포함해서 생활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분류하는 것도 어렵고, 나는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보자였으니까. 사실 그렇게 타이트한 소비 단식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쨌거나 첫 달 9월을 잘 보내고 비교적 만족할만한 소비단식했다고 생각했다. 10월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단, 10일 30만 원 예산이 어느 항목까지를 포함하는지 스스로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지출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는 것, 부수입으로 들어오는 돈이나 소소하게 남은 돈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기준이 없다는 것 등이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이런 것들을 늘 귀찮아해서 뭐든 한 통에 넣고 관리하고, 큰 금액을 중심으로만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니 자꾸만 작고 소소한 지출, 작고 소소한 수입은 관리를 소홀하게 되었던 것 같다. 통장과 금액을 나누기 시작하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작은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 프로젝트 첫 달의 가장 큰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