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플러스 일기. 벌써 8개월 차가 되었다.
8개월쯤 되고 보니 더 이상 소비옆에 '단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다이어트'라고 붙여봤다. 체중 조절하는 사람이 8개월째 단식을 하지 않듯, 이제 우리 집 소비도 단식이 아니라 조금씩 줄여나가고 나에게 맞는 패턴을 발전시켜 나가는 '다이어트' 시기니까!
가계부조차도 쓸 의지가 없어서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그날 쓴 것만 기록해 보자 하고 시작했던 일이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갈까 봐(사실 몇 번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긴 했다) 내 딴에 여러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식비 통장 분리해서 쓰기, 가계부 챌린지 운영하기, 지금 쓰고 있는 이 마이너스 플러스 매거진 쓰는 일 같은 것들이다.
지금 돌아보니 역시 장치를 만들어두기 잘한 것 같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식비 통장 따로 관리하기. 비고정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3인가족이지만 먹성이 좋은 데다 남편이 주말만 함께 식사를 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보니 보상심리도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8개월 차가 되며 달라진 변화는 세 가지다.
1. 식비 예산과 지출 과정을 가족도 인지하고 있다.
가장 큰 산이었던 식비. 처음에 혼자 고군분투하던 식비 방어는 내가 아무리 잘해보려 해도 주말 외식 한 번만 어긋나면 초과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짜증이 났고 남편과 아들은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 돈 때문에 힘들어?"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ㅋㅋㅋ 다른 집 남자인가....
이제는 가족들이 우리 집 10일 치 식비를 알고 있고, 그에 따라 메뉴를 고른다는 것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 중 하나이다. 물론 조금 초과되는 날도 있지만 예산을 넘으면 그다음에는 남은 돈에 따라 식비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 냉장고 속 식재료와 아침 식사가 달라졌다.
사실 소비 노트보다 한 달 일찍 채소 과일식을 시작했었다. 그때는 건강관리 차원에서 시도해 본 일이었는데 아침에 고정적인 메뉴가 있다는 것은 식비 관리에 큰 도움이 되었고, 건강도 말할 것 없이 좋아졌다. 이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냉장고의 재료들도 이전에 비해 훨씬 채소와 과일이 자주 등장하고 주중 식비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남편이 주중에는 대부분 밖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구성을 할 수 있는데 아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샐러드와 과채식에 가까워졌다. 생각보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간소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이 많아서 주중 식단 균형도 맞추고 식비도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3. 다른 영역의 지출 부분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거의 꼬박 8개월을 식비 관리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랬기 때문에 플러스가 다시 마이너스가 되는 등 가계부의 곡선은 자주 출렁거렸다. 하지만 식비 부분만 떼어서 보면 굴곡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다른 비고정 지출도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달부터는 식비 외에 비고정 지출들을 분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 번에 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목표를 설정해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큰 발전인가!
이렇게 보면 실패라고는 없이 소비다이어트의 성공 스토리처럼 보일는지 몰라도 사실 이 과정 속에 실패도 많았고, 찌질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이 과정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3인가족이지만 5인가족만큼 지출이 있는 가정이 있다면 소비다이어트에 참여해 보길 추천한다.
우리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3인가족 기준의 소비 다이어트 과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