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과 서른넷, 그리고 네 살
이 도시는 집 구하기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서울에서 한 친구는 집을 구해야 한다고 하더니 그날 바로 부동산에 갔고, 10분 후에 집을 보러 갔고 한 시간 후에 계약서를 썼다. 우리 역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바로 계약금을 넣고 매끄럽게 이사를 진행했었다. 그런 간편한 과정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곳의 과정은 꽤나 복잡한 편이다.
일단,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며 내가 원하는 동네의 매물을 찾는 대로 무한정으로 지원서를 내야 한다. 이 지원서라는 것이 거의 해외 취업의 커버레터와도 비슷한데, 나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내가 진실되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으며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모범적인 사회 구성원임을 에이포용지 한 바닥에 걸쳐 설명해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 가족 중에 털 달린 3.5킬로그램의 네 발 달린 구성원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구구절절한 읍소가 필요하다. 대략 10개의 지원서를 보내면 세 군데는 보통 사기 매물이고, 한 군데 정도에서 답변이 오는데 몇 월 며칠에 집을 공개할 예정이니 방문하라는 통보성 연락이다.
그렇게 집을 보러 가면, 컴페티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집주인 혹은 부동산 업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며, 이 집이 상당히 맘에 든다는 제스처와 함께 깔끔해 보이는 외관이어야 하며, 제발 나를 이 집에서 살게 해 달라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사실 이런 조건을 다 갖춘다고 해도, 외국인 입장에서 특히나 현재 이 나라의 회사에 소속되어있지 않는 이상은 신뢰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곳의 토박이인 경우엔 커뮤니티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저렴하고 좋은 집을 구해낸다. 부동산에 없는 우리가 모르는 매물도 너무나 많다. 또한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기도 하기에 예측 또한 불가능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곳에서 들었던 가장 기막힌 이야기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은 루프탑에서 꿀벌을 기르겠다고 했고, 그게 집주인의 마음에 들어서 선택받았다고도 했다.
처음 이 도시로 떠나올 때 나는 한 달 정도를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출국일은 너무 빨리 다가오고 있는데 집을 선택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앞서 말한 저러한 과정을 지구 반대편에서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시차가 반대다 보니 답장을 기다리다 밤을 꼬박 새기가 일수였다. 결국 출국 2주를 채 안 남긴 시점에서 너무 불안한 마음에 시세에 비에 비싼 월세를 주되 잠시만 살 생각으로 어느 플랫폼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세 달 후쯤에는 이 집에서도 나가야 하기에,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꼭 마음에 드는 집이 아니어도 일단은 지원서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린다. 현실이 이러한들, 설마 우리 세 가족이 누일 곳 한 곳이 없을까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며칠 전 어학원에서 소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동사를 배웠다. 당연히 내가 든 예문은 좋은 아파트를 구하고 싶단 거였다. 내가 아닌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모두 같은 소망을 말했다.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