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과 샹들리에
MMCA 해외명작 : 수련과 샹들리에전
~ 2027. 1. 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전.
미술관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16세기 유럽의 ‘호기심의 방’은 진귀하고 이국적인 수집품을 전시함으로써 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경험과 지적인 탐구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전시는 ‘호기심의 방‘처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40여점 소개된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 수증을 통해 소장된 19세기 유럽의 미술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힌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제목 <수련과 샹들리에>는 19세기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현대 작가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의 제목을 조합하여 만든 제목이다.
두 작품이 제작된 100년이라는 시간, 그 사이 시대와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 내고 그 사이에 놓인 다양한 해외미술의 장면들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이다.
- 전시 리플렛 참조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모네는 너무도 익숙해서 쉽게 느껴지지만 막상 그의 그림 앞에선 언제나 감탄하게 된다.
가벽으로 막힌 공간, 모네와 단 둘이 마주보고 있을 때 눈물이 살짝 났다. 아마 가장 근원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의 반응이었을 거 같다.
안드레스 세라노 <생각하는 사람>
오랜만에 보게 된 세라노의 작품. 꽤 오래 전 1999년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본 세라노 작품의 충격이 떠올랐다. 단순히 금기를 깬 작품을 선보여서라기 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바라볼 성스러움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그 당시 작품의 보여지는 깊이에 대해 고민하던 내게 많은 생각을 줬다. ( 논쟁적인 < Piss Christ>)
내가 무언가에 씌우는 아우라가 과연 나의 생각으로 씌우는 건지, 사회적 요소들로 포장된 이미지들을 얕게 파악해 씌우는 건지 그런 고민들을 계속하게 되는 작품이 세라노의 작품이다.
뒤샹 <마르셀 뒤샹으로부터 혹은 마르셀 뒤샹에 의한, 또르 에로즈 셀라비로부터 혹은 에로즈 셀라비에 의한 (여행가방 속 상자)>
언제나 갖고 싶은 뒤샹의 미니어쳐.
특히 뒤샹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Large Glass>. 부제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조차도’는 작품만 보고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긴 부제에 더욱 매료됐었던 작품이다.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보니, 기계장치를 신랑의 들러리로 해석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작품이다.
처음 <Large Glass>를 보고 좋았던 건 어떤 해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미감, 이동 중 깨진 틈새로 쌓인 먼지, 뜻을 알 수 없는 제목, 그 자체가 그냥 좋았었다. 어린 나이의 허세였을 수도 있고, 처음으로 내가 작가가 될 거라는 자아를 갖으며 그런 뒤샹이 그저 멋져보였을 수도 있고.
그렇게 뒤샹의 작품은 처음의 나를 슬며시 떠올리게 해서 보고 있으면 설렌다.
프랭크 스텔라 <설교단 1989>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좋아한다.
초기의 미니멀한 작품들 좋아한다. 또한 그 후 선보인 exotic birds시리즈처럼 마치 회화와 같은 조각, 공간적 회화를 구사하는 이전과 완전 다른 작품들도 좋아한다.
이번 작품 <설교단 1989>도 회화와 같은 조각작품으로 마치 회화같은 형태와 색채의 자유로움이 돋보인다. 일반적인 조각의 이미지가, 공간 안에 완벽히 구사되어 정적으로 있다면, 이 작품은 공간을 연장시켜 흐르는 시간을 보여주고 있은 느낌이다.
제목이 특이했는데 소설 ‘모비딕’을 주제로 한 연작 중 하나로 소설 8장의 제목 ‘설교단’에서 따왔다. 소설에서 묘사 된 뱃머리 모양의 설교단과 설교하는 신부, 설교 속 ‘요나를 삼킨 고래’의 이미지가 파도 속에 휘몰아치고 있다.
키키 스미스 <코르사주>
키키 스미스의 작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주름도 있고 살짝 처진 가슴과 허리도 퉁퉁하지만, 금빛으로 너무도 사랑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미술관 조명 앞에선 가까이 다가가야지만 그 모습이 빛나 보이지만, 빛이 가득한 곳이라면 정말 여신과도 같은 당당한 아름다움이 보일 거 같다.
사회적이지 않은 몸, 여성의 보여지는 몸이 아닌 실제 그대로의 몸이 아름답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작품이었다.
소장품전이라 정말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 작품 하나하나 볼 때마다 새로이 리셋시키고 보게 되는 전시이다.
전시장 들어서면 바바라 크루거와 만나고 니키 드 생팔의 아름답고 거대한 나나, 르누와르의 우아한 여성, 페르난도 볼테르의 유쾌한 커플을 만나게 된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거울 앞 남성과 비춰지는 전시장의 풍경도 같이 보고, 언제나 봐도 멋진 호안 미로도 만날 수 있다.
작품 수가 많진 않고 작품 공간이 넓어 여유있게 관람하기 좋은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