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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수업

by 얕은

성인 학생의 어릴 적 딸의 모습 그림.



그림을 가르치는 일은 괜찮은 일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워낙 어릴 적부터 미술이 나의 전부였고, 다행인지 그 후에도 미술이 아닌 다른 진로를 바꾸고픈 일도 없었고, 그래서 생각해 보면 나의 직업 또한 나에게 맞는 거 같아 괜찮게 살고 있구나 싶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처음부터 맞진 않았지만, 어차피 그땐 전업작가는 나의 일이 아니었고, 미술 관련 일도 그땐 너무 준비가 없어 쉽지도 않았었다.

잠시 일했던 곳에선 일적인 부분이 아닌 사람들과 관계에서 생기는 일이 힘들었다.


물론 수업을 하면서도 가끔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삐그덕 거리는 일들이 생긴다.

아이들과는 삐그덕거릴 일은 없고, 가끔 아이의 어머니와 약간의 일이 생길 때가 있다.

그래도 선생님이다 보니 되도록 서로 간에 어떠한 거리 두기가 있어 어느 정도의 선은 넘지 않는 거 같다.

그만큼에도 물론 상처도 받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내가 다른 직업이었다면 무슨 일이든 크던 작던 서로 간의 관계 맺기가 중요했을 거고, 이보단 엄청 스트레스가 많았을 거다.

감사하다…






수업을 하다 보면 나도 학생의 그림을 보며 힐링이 될 때가 있다.

그런 점이 그림의 힘일 텐데.

아주 잘 그려서만도 아니고 멋진 의미를 담고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어릴 적 장난스런 딸의 표정을 그린 작은 스케치와 그런 장난스런 몸짓의 그림자 그림에서,

동서의 부드럽고 쑥스러운 미소를 담은 그림에서,

귀여워서 어린 손주가 좋아할 거 같아 그리신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피 그림에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담긴 그림은 그만큼의 힘이 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보며 나도 좋다.

그래서 괜찮은 직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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