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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낯선 경험

by lululala


지난 4월, 브런치스토리에 등록한 메일을 통해 한 가지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가 쓴 글을 우연히 보게 된 어느 출판사 담당자분이, 자사의 도서를 소개하며 서평을 써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전문 작가도 아니고, 누군가의 책을 평가해 본 적도 없는 저에게는 당시의 제안이 설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받을 수 없었을 기회였기에, 많은 고민 끝에 제안에 응했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비슷한 제안을 받은 브런치 작가분들이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이것 역시 브런치라는 공간이 만들어준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도서를 신청하고 감상평을 남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 정영욱


출간 이후 ‘잘, 잘, 잘’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50만 부 이상 발행된 이 책은, 작가의 트렌디하면서도 진솔한 감성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언제부턴가 나이를 가늠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작가가 예상보다 젊은 세대라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결은 현재형에 가까웠고, 세상과 부딪히며 고민하는 이의 고백처럼 들렸습니다.


책은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응원했고, 응원하고 있고, 응원할 것이다

- 함께했고, 함께하고 있고, 함께일 것이다

-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일 것이다

-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고, 이겨낼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감정들이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는, 마치 잘 정돈된 책상 앞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을 다독이는 독백처럼 다가옵니다.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흔들리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짧지만 진심 어린 문장이 건네는 위로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습니다.




그러나 감정의 회복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 중년, 노년이라는 나이의 구분도, 직장인과 자영업자라는 직업의 경계도 마음의 위로 앞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우리 모두에게는 회복과 다독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순간마다, "괜찮다"며 조용히 등을 토닥이는 글로 가득합니다. 짧고 단정한 문장들 사이로 조용히 마음을 전달합니다.


다만 누군가는 이 책이 너무 단순하거나 익숙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인용될 법한 표현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깊이 있는 철학적 삶의 통찰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혜안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깊은 통찰보다, 하나의 짧은 문장이, 나지막한 다독임이 더 큰 위로가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삶에 균열이 생긴 순간, 그 틈을 메우는 데는 이런 ‘익숙한 다독임’이 더 적절할지도 모릅니다.


짧지만 솔직한 감상평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눈여겨보았던 글을 소개하며 마무리지어보려 합니다.




"마음 접기"


... 한낱 종이도 그러한데, 사람 마음이라고 다를까 싶습니다. 마음을 접는다는 건 그리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겠죠. 7번, 8번, 9번 그렇게 계속 접어 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닐까 합니다. 보고 싶은 마음, 속상한 마음, 접으려고 안간힘 쓰는 건 아닐지요. 저 얇은 종이도 몇 번 접으면 못 접힌다고 발악을 합니다. 우리 마음이 종이보다 두꺼웠음 두꺼웠지 얇을 리가 있겠습니까. 어떤 마음이라도, 억지로 접으려 하지 말기로 합니다. 마음이 접힌다는 건 9번, 10번 억지로 접어 작게 만드는 게 아닌, 시간이 지나, 접고 싶단 마음조차 사라지는 것에 가까운 거니까."



#에세이 #베스트셀러 #정영욱 에세이 #잘잘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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