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드는 시간

by lululala


젖어드는 시간



먹구름 짙어오고
하늘은 이내 으르렁-
사나운 울음 토해낸다


어느새 빗방울 후두둑

세차게 어깨 두드고,

정수리에 떨어진 빗물

곧장 두 눈 파고든다


요란히 지저귀던

새들도 울음 멈추고

꽃잎은 힘없이 고개 떨군다


피하지 않는다

우산도 펼치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까지 젖도록
나를 내어준다


움켜쥔 주먹 펴고

참았던 숨 내쉬며,

잔뜩 웅크린 어깨 풀고는,

그저, 눈을 감는다


그렇게,

쏟아내던 비 그치고

말간 하늘 내어줄 때


나는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이전 01화피에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