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는 집고양이지만 아무래도 괜찮아, 암이 아니니까
약을 먹는 일주일 동안, 달이의 증상은 크게 호전되었다. 아픔에 고개를 흔들거나 앞발로 혀를 만지려는 행동을 지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도와 빈도가 모두 줄었고, 밥도 스스로 잘 먹었으며, 잠시 멈췄던 그루밍도 슬슬 시작했다. 물론 '역시, 암은 아닐 거야. 그런데 암이면 어쩌지?' 하며 10초에 한 번씩 변하던 나의 감정 기복과 불안은 호전되지 않았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의사 선생님의 눈부터 살폈다. 혹시라도 나쁜 소식을 들려줄까 봐 간절하게 그의 얼굴에서 어떤 힌트를 읽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런 눈빛을 읽었는지, 선생님이 거두절미하고 "길고양이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칼리시 바이러스가 맞아요."라고 했고, 내가 한숨을 푹 쉬며 긴장을 풀자마자 "집에만 있는 고양이에게 길고양이 바이러스가 걸렸다고 진단한 것이 좋은 일이라고 하기가 좀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암은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로 말끝을 맺었다.
다만 나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길고양이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해서 구강암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지는 않으니까. 선생님은 달이를 데리고 진료를 들어갔고 다시 나와서는 또 한 번 안심되는 말을 해주었다. 일주일 약을 먹고 왔는데 혀 밑 부분과 왼쪽의 궤양은 거의 다 사라졌으며, 가장 심했던 오른쪽 혀의 염증도 많이 가라앉았다고. 이게 암이었다면 소염제 일주일 먹었다고 이렇게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이보다 더 감사한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달이야 진짜 고마워, 믿지도 않는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다 감사합니다.' 수없이 되뇌게 되더라. 우리 가족은 모두 안도했고 치료 3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 달이의 증상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보통의 칼리시 바이러스는 2주 정도면 치료가 끝나는데, 달이는 3주 정도 계속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이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고는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 안의 불안은 아직도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아니다. 절대 아닐 것이다. 달이는 17살의 늙은 고양이라서 단순히 젊은 고양이들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이리라.
이번 달이 혀 염증의 해프닝으로 1년 반 전 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약 2주간의 악몽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하던, 그리고 그 노력 덕분인지 문득문득 생각나는 정도로 덮어뒀던 그 기억들이 허무하게도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