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국민학교 36회
변산초등학교 36회 동창회는 매년 12월 첫째 주 토요일로 회칙에 정해 젔다. 이번에는 형균이 딸 결혼식이 둘째 토요일이다. 시골을 두 번 가야 한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 동창회를 1주일 연장하여 결혼식과 동창회 하루에 하기로 했다. 시골을 두 번 갈 필요가 없다. 1타 쌍피 다. 장소는 변산면 격포에 있는 대명콘도다. 소노벨 변산으로 이름도 바뀌었다. 결혼식은 부안 K컨벤션이다. 예식 끝내고 오후에는 직소폭포까지 산행을 하고 소노벨 호텔로 갈 예정이다. 장소는 주로 변산에서 이루어진다. 여자동창들 때문이다. 동창회도 참석하고 친정 부모님도 뵙고 또 1타 쌍피를 얻기 위해서다. 장소를 거수로 결정하면 여자 숫자에 밀려 변산으로 결정이 된다. 부산이나 울산에 있는 친구들한테는 불평이 있을 수 있으나 어쩔 수 없이 민주주의로 결정한 것이다.
어릴 적 변산반도에는 인구도 많아 국민학교도 전국 면단위에서 제일 많았다. 변산국민학교, 격포국민학교, 마포국민학교, 도청국민학교, 중계국민학교, 묵정국민학교, 변산동국민학교, 운호국민학교가 있었는데 거의 폐교가 되고 변산, 격포, 곰소 초등학교만 남아있다. 산골에서 옹기종기 학생수도 많았었다. 지금은 비록 폐교는 되었지만 동창모임은 현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어릴 적 코 흘릴 적 친구가 되어 60이 넘은 지금도 소꿉놀이하던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 날이 샐 줄 모른다. 지금은 여자동창들이 더 적극이다.
동창회 명단에 까만 줄이 그어져 있다. 벌써 좋은 곳으로 떠났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베이비부머세대,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던 세대였다. 아들을 낳으면 경사 나고 딸을 낳으면 실망하던 시대였다. 딸을 낳으면 면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도 창피하다고 잘 안 했다. 아들을 낳았어도 문맹인 부모님은 1년이 지난 후 잘못 기입하여 생일도 생년월일도 다 다르다. 나이차이나는 형, 누님이 더러 있었다. 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다 같은 불알친구(꼬치친구)였다. 나이는 따질 필요는 없었다. 유교경전에 남녀 7세 부동석이라는 말은 우리는 이미 6살 때쯤 폐기되었다. 6학년이 되면서 한둘 나이 든 친구들은 신체변화가 나타났다. 여름철 개울에서 홀딱 벗고 물놀이하던 친구들이 가슴이 나오고 꼬치에 털이 나면서 옷을 벗지 안고 물놀이를 했다. 가슴이 나오고 꼬치에 털이 난 친구는 놀림의 대상이었다. 당시는 성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그냥 창피하고 수치스러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참 웃지 못할 일이었다. 본인의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 1~2년 후 깨닫기 시작했다.
성숙한 여자동창 미선이는 머리도 좋아 초등학생 6년 성적우등상장을 받았았다. 동창회 때 만나 이야기하는데 1학년부터 6학년 담임선생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6학년 때 키순으로 번호를 정했는데 이름과 키 번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초등학생 모임 산 증인이고 기억 못 하는 것까지 끄집어내는 이야기보따리다.
초등학생 짝꿍이었던 영보와 미화는 단 둘이 동참 모임 때마다 도깨비처럼 출몰했다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둘이 무슨 섬씽이 있는 줄 알고 많은 오해와 왜곡된 소문이 퍼진다. 이 주인공은 초등학생부터 확인되지 않은 남녀 불륜 소설주인공이 되었다. 동창모임 가십거리가 되었다. 알고 보니 영보와 미화는 한마을에서 앞뒷집에서 살았었다.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 동창회를 틈타 잠깐 인사나 하려고 살짝 빠져나왔다. 자가용이 귀했던 시절이라 미화는 차가 없었고 영보차를 타고 갔다 온 것이다. 아무 일 없고 그냥 시골 부모님 인사만 하고 온 것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작가 경열이는 동창 모임 저녁 내내 수다를 떨 3류 연애소설을 제공한다. 오랜만에 만난 꼬치 친구들은 노래방 가는 친구와 수다를 떠는 친구 둘로 갈라져 새벽까지 이어갔다. 이제 60 중반이 되니 눈에 총기도 없고 술도 못 마셔 10시 넘으니 하나둘 이불 속에 들어간다. 그래서 " 남녀 불문 12시 이전까지 이불 속에 들어가기 없기" 동창 회칙에 한 줄 부칙으로 정했다. 이제 변산에 가도 보모님이 안 계신다. 부모님은 거의 하늘에 계신다. 그런 불륜을 무릅쓰고 잠깐 고향 보모님을 뵈러 갈 명분도 사라졌다.
"변산"이라는 영화 무대는 나의 모교 변산국민학교이고 혜성병원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친구들과 갯벌에서 싸웠던 것도 등장한다. 내가 태어난 대항리도 주 촬영지다. 주인공은 브런치 작가 최경열인 것 같다. 변산국민학교 36회 동창회가 건승하여 100세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영화 "변산" 네이버에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