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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Sep 19. 2023

어린이집에 가야 할 나이는 몇 살일까

언제나 너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도아야, 엄마는 최대한 너를 늦게 어린이집에 입소시키려 했다. 네가 태어나고 나는 어린이집을 보낼 기준을 두 돌로 잡았다. 최소한 두 돌을 꽉 채우고 나서, 그리고 네가 말을 아주 잘하게 되면 그때 너를 어린이집에 보낼 거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리고 너는 어느새 두 돌을 앞둔 아기가 되었고, 오늘 뭐 했는지, 어떤 감정이 드는지 나에게 재잘거리며 말을 해줄 정도로 말도 빨리 트여있었다. 어쩌면 내가 처음 생각했던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조건에 이미 너는 부합한 아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 아 생각보다 두 돌은 빨리 오는구나. 그리고 난 여전히 너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 않구나..


많은 아이들이 일찍 어린이집에 입소한다. 너의 친구들 중에서 대다수는 돌 즈음부터 이미 어린이집에 입소하고 거기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좋은 추억을 쌓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최대한 늦게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사회화를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말에 반대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의 사회화가, 아이가 공동체에서 지낼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사회 규범을 배우는 것이 반드시 일찍이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어린이집이라는 기관에서만 가능한 것 인지를 공감하지 못할 뿐이다. 


너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도 친구를 사랑하고, 인사성이 바르고, 사람들 사이에서 즐겁게 뛰어다니며 어떻게 해야 너 자신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아마도 너무나도 감사한 시터님과 몇 명 되지 않아도 너에게 참 잘해주는 소중한 너의 친구들과 그 엄마들 덕분이리라. 시터님은 나 대신 너를 문화센터를 데리고 다니시고, 동네를 산책하시며 낯선 타인들을 많이 만나볼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 3명뿐인 너의 동네 친구들은 엄마가 퇴근한 후에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너와 동갑인 친구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도아야 너도 엄마도 참 감사한 인연을 많이 만나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 감사한 인연들이 모여 나는 나의 가치관대로 너를 느지막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모두에게 공감받는 것은 아니다. 도아야, 네가 태어나고 한 달 남짓 했던 너를 시터님께 맡기고 출근해야 했던 내가, 어린이집은 늦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 어쩌면 참 우습고 아이러니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엄마가 키우는 것이 아닌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낸다 한들, 그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던지곤 한다. 


육아엔 정답이 없다. 어린이집에 가야 할 적당한 나이 같은 건 사실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각자의 생각에 맞게 보내고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각자의 최선이겠지. 그래도 도아야, 나는 너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매일 되묻고 내 선택을 다시 돌아보곤 한다.  


22개월에 너의 어린이집 상담을 처음 다녀왔고, 나는 그 이후로 매일 상상해 본다. 처음으로 기관에 맡겨질 너를 그리고 그런 너를 기다릴 나의 모습을. 친구들을 참으로 좋아하는 너에겐 어쩌면 어린이집이 놀이공원 같은 곳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쓸데없는 나의 노파심이 발동되어서 울적해지고는 한다. 아직 어린이집이 TO가 없어 너를 언제쯤 보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슬슬 나의 마음도 준비를 하려고 한다. 너를 보낼 준비를 다 마치고 나서 네가 웃는 얼굴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것을 보고 싶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유치원 입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도 지속될 마음일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매번 너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노파심에 잠 못 이룰지도 모른다. 이런 내 복잡한 심정 또한 너를 너무 사랑하는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런 내 고민들이 결국 너에게 좋은 길을 찾아주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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