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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Nov 29. 2023

너와 취미를 함께 하는 것

아이와 클래식도 듣고, 미술 전시회에도 갑니다.

도아야, 엄마는 너를 낳기 전에 여행을 많이 다녔다. 일 년에 몇 번씩이나 비행기를 타고 이나라 저 나라를 다니는 것이 어쩌면 내 삶의 낙이었고, 그곳에서 수많은 문화들을 즐기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취미였다. 하지만 네가 태어나기 전 이미 코로나 시국이라는 것이 닥쳤고, 너를 낳고 나서는 너를 두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나에게는 집에서 가만히 있는 그 시간들이 가끔 너무 답답하고 캄캄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나는 너의 눈 짓 한 번에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가끔씩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저 깊은 바닷속으로 잠기는 듯한 감정으로 잠이 와도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곤 했다.


이런 나의 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 우울감은 네가 돌이 되고 나서 비로소 그 돌파구를 찾았다. 비록 해외로 떠나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언정, 너와 이것저것 보며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굳이 떠나는 것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은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너의 유모차를 끌고 전시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수많은 그림들을 너와 보면서 감상에 젖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나중에는 너와 어린이 뮤지컬도 보러 갈 수 있었고, 더 나중에는 연주회도 함께 다닐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어쩌면 너를 낳고 나서도 그 전의 삶을 이어가려는 것은 욕심인지도 모른다. 육아라는 것이 없었던 시절의 취미와 기쁨은 이미 저 멀리멀리 떠나간 배에 실려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 배를 떠나보내고 또 다른 기쁨을 싣고 온 배를 만난 듯하다. 너와 함께하는 기쁨이 가득 실려있는 그런 배를..


 공연을 보고 나서 너의 다양한 리액션들은 나의 감상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애기가 뭘 안다고 미술 전시를 보고, 악기 연주 공연을 보겠느냐 묻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엄마 욕심에 너무 어른 수준의 문화생활을 해주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아야, 문화생활을 하는 너의 태도들을 보면 아무도 그런 말은 못 할 것이다. 너는 나와 문화생활을 하고 나면 네가 아는 모든 단어들을 조합하여 나에게 감상을 말해주곤 한다.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해석을 쏟아낸다. 물론, 대부분이 아빠, 엄마 혹은 도깨비로 보이는 것 같지만 하하. 그것 또한 참으로 사랑스러운 감상이다. 모든 그림이 사람은 아닐진대 넌 그 모양들 사이에서 아빠 모양을 찾아내고 엄마 모양을 찾아내니까. 악기 공연을 한 번 보고 나면 너는 한동안 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흉내 내며 나에게 또 보러 가자고 조른다. 어찌나 잘 따라 하는지 콩깍지가 단단해진 나는 정말로 네 손에 악기라도 쥐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아야, 이런 모습들은 나로 하여금 네가 나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다고 확신하게 한다.


지금의 나와 너에게 기쁨이 되고 또한 추억이 되는 우리의 취미들. 이것들은 어쩌면 더 나아가 너의 정서와 창의성에 더욱 도움이 될 일이라 생각하니 난 더불어 뿌듯한 감정까지 느끼곤 한다.


도아야, 엄마는 너와 앞으로도 계속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함께 즐겨줄 수 있는 그런 모녀가 되고 싶다. 너에게도 이 모든 시간이 나만큼 즐겁고 풍요로운 시간이 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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