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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Jun 16. 2023

분리수면을 포기했다.

다들 분리수면을 시작한다는 18개월, 우리는 분리수면을 포기했다.

도아야, 우리는 조리원에서 돌아온 날부터 분리수면을 했다. 엄청난 교육적인 이유나 철학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조리원에서 너와 나는 따로 잤었기에 나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네가 신생아였을 때의 분리수면은 장점이 참으로 많았다. 온습도도 꽤나 정확하게 맞춰 놓을 수 있었고, 너의 침실만큼은 청소도 부단히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너를 따로 재우는 것을 불안해하고 신기해하였지만 너는 유니콘 베이비답게 (적어도 100일 전까지는 그랬다.) 혼자서도 잘 자고, 일어나서도 혼자인 것에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고 똘망똘망 눈을 뜨고 모빌을 보며 내가 오길 잘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따로 잔다 해도 새벽 수유를 하는 때에, 네가 혼자 자는 시간은 그래봐야 3시간 남짓.. 아. 나는 그때 내가 분리수면에 완벽하게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했었다. 따로 분리하려는 노력 없이도 처음부터 분리 수면을 하니 난 힘들 일이 전혀 없는 거라며 좋아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네가 200일쯤 되었을 때 슈퍼싱글 침대를 사서 너의 침실을 만들어주었다. 정말 완벽한 너의 침실이었다.


도아야, 돌이 좀 지나고 나서, 인지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니 너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너를 내려놓으면 울기 시작했고 안겨서 재워 너를 눕히는 날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너의 방문만 봐도 너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가 서고, 걷기 시작하고 나서는 눕히기만 하면 침대를 탈출하기 위한 너의 도전들이 시작되었다. 아! 얼마나 무섭던지! 네가 높은 아기침대에서 탈출을 감행하다가 떨어지기라도 할까 나는 매일 밤마다 홈캠을 보며 두려워했다. 네가 말을 어느 정도 하기 시작하고부터는 너는 원하는 게 확실해졌다. 혼자 자기 싫다는 것을 행동뿐만 아니라 말로도 확실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너는 새벽마다 일어나서 울며 엄마,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는 그런 너를 달래고 재우느라 돌아가며 너의 침대에서 몸을 구겨 넣으며 너의 옆에서 자고는 했다.


결국 나는 분리수면을 포기했다. 너의 떼를 받아 준 것도 아니며, 함께 자는 것에 대해 동의한 것도 아니다. 사실 새벽에 못 자는 것에 지쳐있었다. 거의 밤을 지새운 채 버티기를 두 달에서 세 달 정도를 하고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푹 자고 싶은 마음 하나로 나는 그렇게 너의 침대를 안방 침대 옆으로 붙였고, 우리는 함께 자기 시작했다. 너의 완벽했던 침실은 완벽한 놀이방이 되었다. 남들은 분리수면을 슬슬 시작한다는 그때에 나는 거꾸로 분리수면을 포기하고 너와 함께 자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치 무언가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 어쩌면 나는 분리 수면에 실패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아야, 너와 함께 맞이하는 밤과 아침은 이런 내 생각을 완전히 뒤집기에 충분했다. 너는 너의 침대가 엄마 아빠 침대 옆에 온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듯 저녁에 침대 위에서 춤을 췄고, 아침에 눈을 떠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세상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 내가 어떻게 후회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것을 실패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네가 먼저 잠들거나 혹은 내가 먼저 일어나면 너의 자는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 있는 시간 만으로도 나는 넘치게 행복하다.


너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에는 너 자체로도 의미가 생긴다. 수면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아야, 결국 우리가 행복한 밤을 보내고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웃으면서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중요한 거였다. 언젠가는 너의 방, 아니 어쩌면 너의 집이 따로 생길 날이 오겠지. 그때도 공간과는 상관없이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리적인 공간이 어떠한 형태를 가지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항상 꼭 붙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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