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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Jun 05. 2023

아이는 매 순간 사랑을 말한다.

아이의 언어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법

도아야, 사랑한다는 말을 대체할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너는 너의 언어로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도 충분히 사랑한다는 말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더욱 진하게 사랑을 전달하고 있었다.


너는 참 입이 빨리 트였다. 걸음마가 늦었던 너는 참으로 공평하게도 말을 빨리 했다. 정확히 225일에 너는 처음으로 엄마, 아빠~ 를 불러주었다. 얼마나 귀엽고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특히 아빠!라는 단어를 잘 발음했던 너는 처음 입이 트인 이후로 심심하면 아빠아빠아빠아빠를 랩처럼 빠르게 구사했다. 마치 아빠를 당장 이리로 불러오라는 듯.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는 듯 계속해서 아빠를 외쳤다. 그 모습은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참 감동이었고 절대 잊지 못할 순간들이다. 


그다음으로 네가 한 말은 참 웃기게도 "아니야"였다. 뭐만 해도 아니야!라고 하는 너를 보며 내가 너에게 너무 안된단 말을 많이 한 건 아닌가 돌이켜보았다. 아기에게는 되도록 안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라고 말한다. 나도 최대한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도 너는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콘센트는 막을 수 있었지만 전선을 없앨 수는 없었고, 식탁 위 무거운 건 없앴지만 너의 힘은 의자를 옮길 정도로 강해졌다. 내가 너에게 한 "안돼" "그거 아니야"라는 말은 너를 지키려는 내 사랑이었으나 그것이 너의 깜찍한 말 습관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그것이 애정 어린 "아니야"라는 것을 알았는지 너의 아니야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너는 매번 깜찍한 미소와 함께 '아니야!'를 말했다.


그렇게 입이 트이기 시작한 너는 너무나도 예쁜 단어 단어들로 매일 우리를 감동시켰다. 


너는 자다가도 가끔 잠꼬대로 '엄마 안아줘요. 아빠 안아줘요'라고 했다. 꿈에서도 엄마, 아빠를 그리는 너의 잠꼬대는 나의 코끝을 시도 때도 없이 찡하게 만들었다. 가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물어보면 엉뚱하게 "도아!"라고 하는데 그건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어 선택한 제3의 대답이었을 것이다. 둘 다 너무 사랑한다는 또 다른 너의 표현인 것 같아 그 대답조차 사랑스러웠다. 


한 번은, 네가 600일이 살짝 안되었을 때였다. 아침 햇살에 내 옆에서 일어난 네가 눈만 떠서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건가 싶어 함께 너와 눈을 마주치고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나에게 "엄마 눈에 도아 ~" 하며 사르르 웃으며 두 팔로 나를 사랑스럽게 안아준 날이 있었다. 내 눈동자를 가만히 자세하게 들여다보던 너의 햇살 같은 눈빛과 새가 지저귀듯 속삭여준 너의 목소리는 단어만 다를 뿐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순수한 문장으로 온 마음 다해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모성애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네가 내게 사랑이란 단어 없이도 사랑을 전할 때마다 사실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사랑이 가장 순수하고도 가장 강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도아야 네가 내게 전해주는 사랑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그 어떤 것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언어로도 표현되지 않는 사랑을 너는 다양한 단어와 다양한 문장들로 쉽게 표현하고 전달한다.


아, 어쩌면 육아라는 건 너에게 받은 이 엄청난 사랑을 돌려주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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