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너에게
도아야, 20개월을 맞이한 너는 언어가 하루하루 늘었다. 동시에 표현력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너는 얼마나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신나는 지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다음으로는 어디에 가고 싶은지, 어떤 것을 먹고 싶은 지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자 너는 긍정적인 표현 말고도 부정적인 표현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너는 "짜증 나!" "나 화났어!" "섭섭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너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기뻤다. 우리 아이가 벌써 자기감정을 저렇게 잘 표현하는구나! 하며 박수 쳤다.
하지만 네가 "나 화났어!" 하며 장난감을 집어던지기 시작하자 나는 당혹스러웠다. 어디까지를 다양한 표현 능력이라고 인정하고 기뻐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우선 던지는 행위에 대해선 그러면 안돼~라고 제지하긴 했지만, 이미 시작된 너의 부정적인 단어와 문장들은 정말 시와 때를 잘 맞추어 참으로 잘 사용되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간식을 주지 않으면 "도아 삐졌떠" 하며 너는 다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 두 손등에 얼굴을 기대어 잉잉~하며 우는 척을 했다. (분명 우는 척인데도 닭똥 같은 눈물은 뚝뚝 떨어졌다.) 장난감을 만지다 맘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 나! 나 화나쩌!" 하며 장난감을 마구잡이로 흐트러트리거나 던졌다.
사실 두 돌도 되지 않은 너의 하루는 어른인 내가 봤을 땐 참으로 행복하기만 해 보인다. 먹놀잠 (먹고 놀고 자고) +싸고가 너의 하루의 전부로 보이니까. 하지만 그런 너의 하루에도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나 보다. 아가인 너도 어른과 다를 것 없이 짜증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는 순간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래, 감정은 자기중심적인 거니까. 너의 일상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싶을 때, 엄마가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큰 짜증스러운 일일 것이고, 장난감이 너의 손에서 자꾸 벗어나는 것은 아주 화가 나는 일일 것이다. 내 기준에서는 별 거 아닌 일일지라도 너의 기준에서는 엄청나게 큰 일일 수 있겠다.
너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나는 혼내지 않으려 한다. 물론 그것이 폭력적인 형태가 된다면 고쳐주고 다듬어 줄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기에, 예의를 갖춘 형태로 너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렇게 너를 길러주고 싶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섭섭하면 섭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어린이가 그리고 언젠가 그러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아야, 엄마는 엄마의 기준에서 너를 먼저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은 그렇다. 모두 자기 기준에서 상대방을 보고 판단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지언정 바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네가 커가는 수많은 날들 중에, 너의 상황을 내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너의 기분을 내가 헤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네가 나에게 솔직한 너의 감정을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무조건 너를 이해하고 너의 편이 되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