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Leaves
어떤 집단에서든 꼭 나를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어떤 집단이나 나를 거슬려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컴플렉스나 자기 방어기제를 건드리는 상대에게 유난히 예민해진다. 정말 상대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 미러링 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응이다.
그래서 타인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반응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반응하지 않고 불쾌한 공기가 정화되도록 하고 내 일에 몰두한다.
나는 나를 편의점 취급하는 사람들을 멀리한다.
자기 필요할 때, 내 사정은 묻지도 않고 아무 때나 불쑥 찾아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나를 고급호텔처럼 여겨주면 좋겠다.
미리 시간을 내고, 최소한 갖춰진 마음으로 찾아오기를 바란다.
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은 한두 번쯤은 응대해 준다. 하지만 고마움을 모르면, 조용히 멀어진다.
나를 거슬려하며 싫은 티를 대놓고 내는 사람에게도 반응하지 않는다. 반응과 반작용의 고리를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건 대화로 풀리지도 않고, 기도도 소용없다.
짧은 인생에 서로 참아내야 할 의미 없는 관계라면, 에너지를 쓸 이유가 없다.
내가 유난히 거슬려하는 유형
1. 매너가 없는 사람
고마울 땐 고맙다고, 미안할 땐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매너다.
뒤에서 내 욕을 하는 건 괜찮다. 열정적으로 욕할수록 결국 자기 자신을 디스 하는 꼴이 되니까. 다만, 내 앞에서는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주길 바란다.
내 앞에서 다른 사람 욕을 퍼붓는 유형도 있다.
한두 번쯤은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오래 가면 듣는 쪽이 먼저 질려버린다. 욕이 통쾌한 것 같아도, 결국 자기 몸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더 촉진시킨다.
욕하면 속이 풀린다고?
돌아서면 꼭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이 따라온다.
마치 받아도 별 소용은 없는데, 괜히 챙기게 되는 증정품 같은 감정.
2. TPO에 맞지 않는 스타일
회사에 밥 하다 뛰어나온 사람처럼, 집 앞 편의점 갈 차림으로 너무 편안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어글리함에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더 답답한 건 그 무센스다.
누구나 바쁘다.
특히 아침엔 더 그렇다.
그래도 옷장 정리할 때 출근복, 주말복, 실내복 정도는 구분해 두면 이런 스타일 참사를 방지할 수 있다.
내 불편함은 이런 데서 온다.
나는 회사에 대해 일정한 긴장감을 갖고 출근하는데, 그 노력이 싹 무시되는 기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무시하는 상대를 만난 기분이 든다.
반대로, 심플하면서도 자기 취향이 드러나는 센스 있는 스타일링을 한 동료들을 보면 열렬히 칭찬한다. 브랜드나 구입처를 물어서 내 스타일에 참고한다.
나는 스타일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둔감한 DNA로 디자인을 한다? 신뢰하기 어렵다.
3. 남탓하는 사람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한다.
나 역시 아무리 꼼꼼하려 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 중요한 건 태도다.
지적받으면 바로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사람인가, 아니면 끝까지 남 탓·환경 탓으로 몰아가는 사람인가.
마치 잘못을 시인하면 역대급 범죄자가 되는 것처럼,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이런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부모라도 고쳐줄 수 없는 증세다. 평소에는 무난하게 지내다가도 갈등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을 단숨에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캐릭터다.
나는 그걸 자존감이 아주 낮거나, 자아상이 현실과 너무 괴리된 상태라고 본다.
실수할 때 드러나는 민낯이 그 사람의 품격이다.
관계의 유효기간
소모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과의 관계를 생산적으로 정리하는 것, 그것도 나의 라이프 리밸런싱의 한 축이다.
모든 관계와 인연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이미 끝나버린 관계를 붙잡는 건 부질없다.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지나가고, 나 역시 누군가의 인생을 지나간다. 오랜 인연이 꼭 의미 있고 지켜야 할 것만은 아니다. 버리고 새로 채워야 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