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M133. 전세 블루스

OECD에 없음

by Mira


1. 금융 후진사회의 숨통이었던 전세


전세는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담보 무이자 거래 제도다. 금융이라는 게 없던 조선시대 말기부터 개인 간에 성행했다고 한다.


OECD 어느 나라에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거액을 맡기고 무이자로 일정기간 동안 거주하는 제도’는 없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는 20,941건,

사고 금액은 4조 4,896억 원.


이건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밖에서 굴러가는 사적 담보거래의 부실이다.


전세는 시대착오적 사금융의 그림자다.

전세가 서민의 내 집마련의 발판이라는 생각, 아직도 유효할까?



2. 소액 보증금? 그게 얼마인데?


누가 정하는데?


‘소액보증금’이라는 표현부터가 모호하다.

얼마가 소액인가?

서울과 지방의 기준이 다르고, 시세는 매일 바뀐다.


보증금이 2천만 원이라도, 그게 전 재산인 사람에게 소액이라 할 수 있을까?


제도와 정책은 한 사회가 지향하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법에는 모호한 말보다 정량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얼마까지가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금액인가?


지금의 제도는 애매한 단어로 분노한 서민을 달래는 수준에 그친다.

모호한 안전은, 사실상 방치다.



3. 법 밖의 영역


전세 보증금을 보호하는 ‘최우선변제제도’는 세입자의 입주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 근저당권 설정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2025년 7월, 민주당은 그 기준을

근저당권 설정일에서 임대차 계약일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소액보증금’의 개념 자체가 지역별로 다르고,

현실과 괴리돼 있다.


서울의 소액이 지방의 중산층 자산보다 클 때,

이 기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임차인의 피해를 줄이면

그 부담은 담보권자, 즉 금융기관으로 넘어간다.


한쪽의 손실을 덜어주는 순간,

다른 쪽의 권리가 침해되는 제로섬의 연쇄 구조가 발생한다.


근본적인 해결이 난해한.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는 것이 전세제도라는 걸, 이제는 개인이 이해해야 한다.



4. 전세의 현실, 그리고 책임의 경계


전세 임대가구는 전체 임차가구의 약 **40%**에 이른다.

이 중 전세보증금 피해 사례는 약 1% 수준,

비공식 계약까지 포함하면 약 2% 정도로 추정된다.


피해자의 다수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다.

그들의 피해는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출발선에서 발목이 꺾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보완해도

모든 부실 담보를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다.


나라가 책임진다는 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사적 거래의 손실을 메운다는 뜻이다.

그것은 과연 공정한가?


어떤 법과 제도로도

사금융의 피해는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다.


국가의 역할은 구조를 정비하는 데까지다.

그 이후는 개인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5. 나의 선택


월세는 지출이 아니라, 리스크 회피 수수료다.

그리고 의식주에는 모두 돈이 들어간다.

매달 식료품을 사고 계절마다 새 옷을 사듯이 주거에도 비용이 든다. 그런데 유난히 월세를 아까워하는 심리는 뭘까? 가장 큰 고정비용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그보다 몇 배는 큰 목돈을 남에게 맡기는 건 괜찮다고?

고정비에 대한 착시효과이자,

목돈을 투자하는 부담을 회피하는 심리 아닐까?


나는 내 집 마련하기 전까지 전세로도 살아보고 월세로도 살아봤다. 나의 목돈을 집주인의 신용과 내 운에 걸기보다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걸 선택했다.



에필로그 – 경제를 공부한다는 것


정책과 제도에 대해 나만의 입장과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

그게 내가 경제 공부를 한 보람이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냥 따라 살았다면

나는 이 사회의 일부만 경험하고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았을 것이다.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고.


경제적 자유는

소비의 자유를 넘어서,

세계를 읽는 눈을 주었다.


부동산을 공부할 때

나는 단순히 아파트 시세 그래프만 본 게 아니다.

세금과 금융제도를 함께 보고, 그 제도가 왜 생겼는지, 어떤 시대의 산물인지 들여다봤다.


유럽과 미국, 남미의 부동산 세제까지 공부하며 깨달았다. 한국처럼 징벌적 세금으로 국민에게 이중·삼중의 세금을 걷는 나라는 없다.


쿠바에서는 주택 거래가 금지되어,

집은 오직 ‘맞교환’만 가능하다.

공공재로서 집을 자산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산적 세계관의 극단이다.


결과는, 주택 품귀와 비공식 거래의 확산, 층층시하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는 불공정, 무원칙의 시장이 되었다.


미국은 최초 구매가 기준으로 보유세가 부과된다.

어느 날 갑자기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그 가격으로 소유세를 매기지 않는다.


거기엔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증오가 아닌,

합리적 과세의 개인의 자산을 존중하는 철학이 있다.


그것은 ‘부의 처벌’이 아니라 ‘부의 책임’을 전제로 한다. 집을 소유한다는 건 사회적 신뢰와 세금 납부를 통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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