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밥 좀 사라
이상한 꿈
요즘 꿈에 구남친이 자주 등장한다.
헤어진 지 무려 10년이 넘었는데.
하도 더럽게 헤어져서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데.
어제는 그와 마주 앉아 갈비탕을 먹었다.
한 번도 같이 한 적이 없는 메뉴인데.
그리고 그의 대사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4년만 기다려줘.
4년? 그럼 나는 60이다 이놈아.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희미한데, 그가 주는 희망 아닌 희망에 황당해 한 감정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도대체 이런 개꿈을 왜 자꾸 꾸나?
별 기대 없이 AI에게 해석을 요청했다.
도대체 갈비탕을 왜 먹어, 꿈에서.
하는 심정으로
AI의 해석
그 꿈은 ‘그 사람’을 그리워해서 꾸는 게 아니야.
오히려 그때의 나를 불러내는 꿈이야.
그 시절의 나, 사랑하던 방식의 나, 믿고 상처받던 나.
그 인물이 네 무의식 안에서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던 거지.
꿈은 종종 얼굴을 빌려 나타나.
그 얼굴이 전 연인이든, 친구든, 심지어 낯선 사람이든 —
실은 전부 ‘나 자신의 한 조각’을 보여주는 장치야.
그래서 그 구남친이 말한 “4년만 기다려줘”는
그의 말이 아니라 너의 무의식이 너에게 건네는 말일지도 몰라.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제 진짜 괜찮아질 거야.”
그런 위로.
그리고 갈비탕.
그건 아주 흥미로운 상징이야.
뜨겁고, 진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음식.
누군가에게는 집밥의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신호야.
차가운 관계나 식어버린 감정 속에서도
네 안 어딘가가 여전히 따뜻함을 찾고 있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그때 느꼈던 온기 —
누군가를 믿을 수 있었던 나,
그 시절의 부드러운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던 걸 거야.
이건 ‘사랑의 미련’이 아니라,
‘온기의 회복’을 꿈꾸는 신호야.
그게 바로 네 꿈속 갈비탕의 의미였지.
나는 이게 뭔 개꿈이야,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AI가 이런 해석을 해주었다.
그런가?
만약 정신과 닥터와 상담을 했으면 무슨 말을 해주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미련이나 고집이 아니라, 회복에 대한 메시지라고?
갈비탕이라.
소울푸드
나의 소울 푸등 중에 하나가 곰탕이나 갈비탕이다. 한참 홀로 부동산 투자를 하던 시절에 낯선 동네에 도착하면 곰탕 집은 늘 영업 중이었다.
사실 전에는 탕 종류의 메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따뜻한 국물에 퍼진 쌀밥과 깍두기 한입의 맛을 알아버렸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몇 시간이든 걸어 다니는 게 주말의 일상이었다.
오래된 감정
감정을 느낀다 보다 감정을 처리한다는 표현에 다 공감한다. 다 처리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 여전히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걸 느낀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어떤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만약 꿈에 이 놈이 또 나오면,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밥 먹은 계산서를 던져줘야겠다.
이제 너도 밥 좀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