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65. 금 사는 여자

소비의 방향

by Mira


소비욕구

물질적 욕구가 강하게 올라오는 건

채워야 할 결핍이 있다는 의미.

평생 그런 욕구 없이 사는 건,

아마 신부님도 어려울 거다.


나는 소비를 절제하려고 애쓰기보다,

그 욕망을 어디에 쓸지를 정리하기로 했다.

감가상각이 큰 소비 대신,

의미가 남는 소비를.


회사원의 전투복


출근복은 일종의 전투복이었다.

군인에게 군복이 필요하듯

회사원은 TPO에 맞는 스타일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외면이 곧 포트폴리오다. 편하다고 크록스에 운동복 입고 다니는 후배들을 보면 프로답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요즘은 요가 레깅스 입고 출근하는 후배들도 있다.


내가 옷을 함부로, 센스 없이 입으면

나를 함부로 대해도 돼요

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다.


나는 옷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저런 센스와 지성으로

디자이너로 살기는 좀 어렵지 않은가? 싶다.


유행을 대하는 자세


디자이너로서 나는 여전히 트렌드에 대한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다. 그것은 투자에 인사이트를 주기도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두고 관찰하면 돈이 어디로 모이는지 센서가 발동한다.


하지만 소비에 있어서는 유행템을

사려고 하기보다

‘무엇을 지나칠까’를 먼저 생각한다.

한 시즌만 입어도 질릴 거 같은 아이템은 패쓰.



소비의 방향


배가 고프듯이 뭔가를 사고 싶어지면

금을 산다.

팔찌나 반지, 가공비가 적은 형태로.

그건 욕망을 충족시키면서도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물건이다.

감각과 가치가 동시에 남는,

가장 단단한 형태의 ‘기분 전환’이다.


나눔


옷이나 가방은 물려줄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자립 청년을 만나고 내 물건들의 용도를 생각했다.

그 아이들은 사회로 나가기 위해

‘어른의 옷’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입지 않는 옷들을 따로 정리하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누군가의 첫 출근복이 된다면,

그보다 좋은 순환이 있을까.


소비욕구를 다루는 법


이제 내가 사는 건 욕망이 아니라,

욕망의 질서다.

금은 그걸 상징한다.

무겁지 않게, 사라지지 않게,

감각을 남겨주는 욕망의 형태.


그건 나에게

작지만 확실한 ‘자존감의 보석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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