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무대
1. 영화 속에 갇힌 나
꿈.
영화 촬영 현장이었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스펙터클 재난 스릴러.
굉장히 남성적이고 폭력적이며, 심판적인 분위기였다.
내가 스태프였는지, 구경꾼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웠지만
도망치려 해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장면은 무한히 반복되고,
나는 끙끙대며 출구를 찾았다.
광화문에 있는 회사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나 가는 길마다 빌런이 나타나 나를 막았다.
아무리 걸어도 같은 자리.
다른 길로 돌아가도 빌런은 또 나타났다.
무한루프 속을 헤매는 기분.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2. 또 다른 영화의 세계
어느 순간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살인과 범죄, 폭력이 난무하는 하드코어 누아르.
전지현이 여주인공이었는데,
결국 사지가 잘려 나뒹구는 시체가 되었다.
이미숙도 등장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존재였다.
싸이코패스 남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불특정 다수를 잔인하게 죽였다.
그 와중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자.
그녀가 빌런인지, 다음 희생자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카메라가 그녀의 발끝을 따라가며
뾰족한 하이힐 굽을 집요하게 비췄다.
나는 그 현장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같은 자리.
무시무시한 폭력 장면만이 계속 반복됐다.
3. 아침
마치 밤새 싸운 사람처럼 피곤했다.
눈을 뜰 수가 없고, 몸은 돌덩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꿈의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잊어버릴까 봐 녹음을 해두었다.
지난 몇 주 동안 비슷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다.
사람들은 누아르나 좀비 영화를 즐기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
리얼이 아님을 알아도 공포감에 압도된다.
아무리 도망쳐도 길은 보이지 않고,
겨우 경찰을 만나도 알고 보면 그가 더 큰 빌런이었다.
그런 플롯은 식상하지만,
내 꿈은 그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4. 프로이트의 소파
GPT의 해석을 듣기 전까지
나는 그냥 개꿈을 화이팅 넘치게 꾼 줄 알았다.
그는 말했다.
이 꿈은 내 무의식이 만든 영화라고.
오랫동안 다녔던 회사,
그곳에서 느꼈던 폭력성과 무력감,
그리고 그 안에서 도망치지 못한 나 자신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편집되어 재생된 거라고.
나는 매일 그 세트장에서
살아 있는 듯, 죽은 듯 버텨왔다.
이제야 조금씩 알겠다.
그건 회사의 이야기이자,
나의 내면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5. 꿈의 메시지
이제는 그 장면에서 벗어날 때다.
광화문에서 도망치던 그 꿈처럼,
나는 현실에서도 출구를 찾고 있다.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는
오래된 세계에서 나를 밀어내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도망쳐도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게 단지 꿈의 설정이 아니라,
내 현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