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아, 연금아
퇴직 포비아
퇴직하면 뭐 하고 싶으세요?
여행부터 인생 버킷 리스트를 꿈꾼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실행하고서 해도 후회한다는 의견도 많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은 많이 들고 돈은 없기 때문이다.
50~60대 직장인에게 ‘퇴직’이란 대부분은 설렘보다 불안이 먼저 떠오른다.
서운함, 상실감, 그리고 자리에서 밀려나는 듯한 막연한 두려움.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기 노후를 설계할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슬픈 타이틀을 꼭 지키고 있다.
연금 개혁
초고령 사회, 인구감소.
‘연금 개혁’은 선거철마다 뜨거운 감자지만, 누구도 지금의 퇴직자에게 “연금을 깎자”라고 말하지 못한다.
표가 낙엽처럼 우수수수.
청년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저성장시대라 기회가 줄었고, 취업이 어렵다.”
하지만 정작 “너희가 낸 세금으로 노인 연금 3~5명 분을 메꾸어야 한다는 말은 피한다.
모두 알지만,
나서서 말할수록 손해다.
그저 폭탄이 내 앞에서만 터지지 않기를.
산업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설계된 낡은 연금제도는
지금의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지속될 수 없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건, 정작 당사자인 직장인들이 ‘연금’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이다.
DC형, DB형의 차이조차 모르고, 안다고 해도 ‘원금 보존’에만 집착한다.
하지만 원금 보존은 없다.
물가와 환율은 매년 당신의 돈을 조금씩 녹인다.
연금에 대한 개념 이전에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회사원들을 상대로 국민연금과 IRP 설문을 해봤다.
20%만이 개념을 알고 있었고,
80%는 별로 관심이 없다.
연금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 ‘아직 자기 인생에 오지 않을 미래어(語)’였다.
30대는 영원히 30대일 것 같으니까.
“연금이요?”
“까르르—
그게 뭐예용?
먹어도 되요?”
블루스 오브 머니
인간의 전 생애는 열렬하게 돈을 요구한다.
젊을 땐 부족해도 ‘근로소득’이라는 시스템 안에 있다.
그러나 정년이 되면, 그 시스템 밖으로 이동하게 된다.
화려한 경력도, 탄탄한 이력서도 나이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제야 깨닫는다.
‘퇴직했다’는 말의 실제 현실을.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나’는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용도 폐기된 거 같다.
일을 하던 자아와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자아가 충돌한다.
혼란스럽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사실.
돈이, 없다.
연금이 뭐길래
나도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연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그 단어는 너무 올드하고,
내 인생엔 아직 필요 없는 외계어 같았다.
할인 쿠폰은 철저히 챙기면서도
연금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얼어붙는다.
‘나중에 생각하자’는 말로 넘기며 20년이 흘렀다.
미국에 사는 언니를 통해
401(k) — 미국의 연금제도에 대해 듣고 공부해 보았다.
철저한 강제성에 놀랐고, 수익률에 기절했다.
언니, 친하게 지내자아~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나라에서
정부가 개인의 노후 자산을 관리, 감독한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도 합리적이다.
퇴직자의 경제적 붕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엄격한 내니처럼 개인의 연금을 관리한다. 한국처럼 집을 산다고 중간 정산 해 주지 않는다. 집은 매수가의 80% 까지 모기지 대출이 된다.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있다.
은퇴를 앞둔 형사에게 마지막 사건이 떨어진다.
이 일만 잘못되면 목숨뿐 아니라 팬션이 날아간다—
그만큼 ‘연금’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은 대기업 엘리트조차 연금에 무지하지만,
미국은 블루칼라조차 연금의 중요성을 잘 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연금 구조 설계
나는 뒤늦게야 IRP와 국민연금을 공부했다.
세제혜택, 투자 조건, 구조적 한계까지.
공부할수록 느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관리’의 문제구나.
한창 투자하던 시기엔 돈이 묶이는 게 싫었다.
그런데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월별·연별 현금흐름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매달 25일, 더 이상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연금은 보일러보다 더 안전하고 강하게 3중 구조로 설계. 국민연금+IRP+ISA
연금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계좌보다 많은 세제, 절세 혜택이다. 그리고 퇴직금을 목돈으로 수령하는 대신 연금화 해서 받는 걸로 자산 설계 완료.
퇴직금 정도의 목돈이 필요하거나 대출 상환 계획대신 더 미래의 나를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일반계좌와 연금 계좌의 투자 성격과 목적을 달리해서 각각 지속적인 재투자와 과세이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 수록 기대 수익과 현금흐름이 성장하도록.
그리하여 나의 꿈,
명랑 부자 할머니에 가까이.
이 글을 읽고 실천한다면
복 받은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