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90. 관계의 기술

Art of Relationship

by Mira


요즘 상담 프로그램을 보면,

평생 싸우며 사는 부부들이 많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놓지 못해서 싸운다.


그 싸움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너는 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20년, 30년 이상 ‘그 사람’이 아님을 경험하고도,

같은 질문과 갈등으로 자신을 파괴시킨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1. 사랑의라는 통제


사람들은 종종 관계의 문제를

‘상대를 바꾸면 해결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통제의 욕망 아래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이 사람을 잃으면 나는 무너질 것이다.”

그 불안을 덮기 위해

사람들은 더 강하게, 더 집요하게 붙잡는다.


그럴수록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전쟁이 된다.



2. 인정의 착각


“내가 옳았다는 걸 인정해 줘.”

이 문장 속에는

이해받고 싶은 절실함이 숨어 있다.


논쟁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존중의 회복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모른 채,

‘나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거부당했을 때

자기 존재를 부정당한 듯 고통스러워한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고 증오한다.


사랑과 가족이라는 이유로.



3. 투사의 착각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결핍은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반복된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지 않을 때 느끼는 분노는

현재의 일이 아니라,

과거의 결핍이 건드려지는 상처 때문이다.


4-1. 자신과 불협화음


우리는 종종 타인과의 관계를 말하지만,

실은 하루의 대부분을 나 자신과 관계 맺으며 보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나’와의 관계는

가장 불편하고 서툴다.



거울 속의 나


나는 거울로 내 얼굴을 보는 걸

오십이 한참 넘어서야 해봤다.

어릴 때는 사진도 싫었다.

그냥 대충 거울을 보는 둥 마는 둥이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 누구나 작은 거울 하나쯤 두는데,

나는 쉰넷이 되어서야 처음 시도했다.

거울에 얼굴을 디밀고 요리조리 보는 사람들이 이상했다.

도대체 뭘 보고 싶어서 저렇게 들여다보는 걸까.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면

이상하게 불편했다.

나는 나를 보는 게 힘들고, 싫었다.

내 머릿속의 나는

몬스터처럼 일그러진 형상이었다.


의식처럼 나를 돌보는 루틴을 반복하면서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너는 왜 이것도 저것도 못하니’ 하는

자기 검열과 자책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조심스러운 화해


내 얼굴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이상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대로 집으로 가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모공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들여다보다가

‘아주 나쁘지는 않네’ 싶기도 하다.


그 두 감정 사이 —

혐오와 수용, 회피와 인정의 틈에서

나는 조금씩 나와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면서.



돌봄의 시작


얼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바뀐 건,

피부관리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눈·코·입을 바꾸고 싶다기보다

건강하고 예쁜 피부로 살고 싶다.

나를 위해서.


귀찮다고 건조한 채로 두지 않고,

수분크림을 정성스레 바른다.

몇 가지 시술을 했더니 모공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잡티나 점은 건강한 피부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조한 몸에는 바디오일을 바르며

“몸아, 고생했다.”

오글거리지만 한번 해봤다..


타인의 이해나 애정을 갈구하기 전에,

나부터 나를 정성껏 돌본다.


나부터 나에게 잘하자.



나르시시즘과의 차이


나르시시즘이 ‘자신을 과시하는 시선’이라면,

셀프 릴레이션십은

‘자신을 이해하고 돌보는 태도’다.


그건 인생을 디자인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나르시스트는 거울 속 이미지를 사랑하지만,

후자는 그 거울 너머의 불안과 상처를 함께 바라본다.


하나는 자기 집착,

다른 하나는 자기 공감이다.


진짜 자기 사랑은 자기 숭배가 아니라

자기 이해에서 비롯된다.

그 차이를 구분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착각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받고 싶다는 욕망.

나의 무능, 게으름, 결핍, 그리고 입냄새까지.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는 시절은,

걸음마를 떼면서 끝난다.


성장은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사랑받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현실 속의 나를 이해하고 스스로 조율하는 것.

그게 어른의 셀프 릴레이션십이다.


그래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자란다.



5. 거짓말의 거짓말


잘못된 방향을 정한 채 열심히 하면,

결국 인생은 꼬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그 길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속은 인생이 된다.


인생은 종종 거짓말 위에

또 다른 거짓말을 쌓으며 굴러간다.


‘나는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 길이 맞을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순간,

길은 더 깊은 미로가 된다.


근거 없는 낙관,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집착,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미련.

인간은 스스로 지옥을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


욕망에 끌려다니면, 결국 우선순위를 잃어버린다.

그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다

가장 중요한 것 — 행복과 만족감 — 을 잃는다.



6. 거리의 기술


좋은 관계란

서로가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리듬을 인정하는 일이다.


가까움만이 사랑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둘 때,

비로소 사랑에 온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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