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98. 베이글 유감

런던 베이글 뮤지엄 뉴스를 보고

by Mira


1. 감탄 — 뉴브랜드


F&B 업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섬세한 감성과 공간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파워.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그것을 만들어냈다.


같은 VMD 출신으로서,

대표의 성공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공간과 브랜드를 ‘경험’으로 만든 사례로 다가왔다.


매장에서 베이글보다 먼저 눈길을 끈 건

마감재의 디테일과 스타일링 감각이었다.

그 정교함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가 있을까.


일요일 오전,

베이글과 수프로 가득한 테이블.

하얀 유니폼의 스태프들은 손님의 ‘니즈’를 눈으로 읽고 있었다.

헤드셋으로 동선을 공유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작은 오케스트라 같았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MI6 요원들처럼 정교했다.


그곳은

‘베이글로 포장한 신나는 에너지’가 넘쳤다.

빈티지한 공간의 감성,

손님들의 활기찬 공기,

스태프들이 뿜어내는 리듬감.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작은 축제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대표의 디자인 감각과 구현의 집요함은 디자이너로서 경이로웠다.

그녀의 인사이트를 벤치마킹한 브랜드들이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원조의 아우라를 대체할 순 없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결국

‘베이글의 형태를 한 경험 산업’이었다.

디자이너라서 가능한 접근이었다.

그 재능과 열정, 그리고 타이밍을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2. 균열 — 감각의 제국


젊은 직원의 과로사가 있었다.

믿기 어려운 근무시간.

회사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가족과 협의했다.


이후 전 근무자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디자인적 완벽주의는 착취로,

빈틈없는 서비스는 갑질로 보도되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는 순식간에

노동력을 착취한 자본가가 되었다.


마녀사냥 같기도 하고

꿈을 품고 피곤을 버텼을 어린 직원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런베뉴 매장에서 뒤에서

혼이 나간 듯한 스태프를 본 적이 있다.

하얀 앞치마는 밀가루와 버터로 꼬질꼬질했고,

그의 얼굴엔 피곤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매장은 완벽하게 연출되어 있었지만,

그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화려한 무대가 빛날수록

그 밑에서 개고생 하는 스태프가 있기 마련이다.

완벽은 언제나 극노동으로 만들어진다.



3. 성찰 — 재촉하지 말자


나는 동네 빵집에서

최저시급으로 일한 적이 있다.

비록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고객을 줄 세우는 브랜드의 비밀이 궁금했다.


포장 디자인을 직접 만들고,

진열 순서를 바꿔보며

빵의 ‘형태’를 디자인적으로 다뤘다.


손님이 없는 시간엔

POG를 새로 짜고,

빵의 조형미와 색감을 돋보이게 하는 진열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손님이 몰아치면

머릿속에 불이 붙었다.

포스는 50종이 넘는 빵 이름을 외워야만 찍을 수 있다.

식빵 외의 빵은 모두 칼로 직접 썰어야 했다.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앞치마는 금세 버터와 오일로 범벅이 됐다.

나는 내 돈으로 앞치마를 사서 직접 세탁했다.

그래야 내 기분도, 고객의 기분도 좋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런베뉴의 새하얀 유니폼을 봤을 때

감탄과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그 청결을 유지하는 일은 누가 할까.

그것도 누군가의 노동일 텐데.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건

그만큼 훈련되고 연습된 몸이라는 뜻이다.

소비자는 베이글 값을 내면서

그 서비스에도 값을 지불한다.


하지만 누구도

과로와 죽음 위에 연출된 서비스를 바라지 않는다.

동시에

빠르고 정확하고 매너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


그래서 나는 절대

계산대 앞에서 재촉하지 않는다.

밀린 손님들을 보며

스태프의 속이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음을 안다.



완벽한 서비스는 예술처럼 합이 맞는다.

그 합을 근로자의 몸에 새기려면

거의 군대식 훈련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훈련을 시켰다면

그만큼의 페이를 줘야 한다.

스태프들이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한다면

그들을 고급스럽게 대우하자.


어떤 비용도 사람의 목숨보다 비쌀 수는 없다.

서비스와 경영의 간극은 결국 소비자에게 배신감으로 돌아온다.


경영은 대표의 디자인 컨셉을 실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같이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다.

무례한 고객 앞에서

그들을 먹잇감처럼 두지 말라.


베이글을 사러 온 손님이 행복하려면

먼저 스태프가 행복해야 한다.

그 에너지야말로

런베뉴의 진짜 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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